고요함과 습지를 오가는 백로와 왜가리, 강의 흐름과 까치의 울음소리가 어우러지는 저자의 문장을 보다 보니 흡사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나, 최근 소로를 테마로 한 정여울 작가의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가 떠오른다. 자연을 배경으로 한 소설가의 문장은 소설가 특유의 문체에 자연이라는 색감이 물들어 독특한 빛깔과 울림을 만들어낸다.
흐르는 물의 모양이 변화하여 다양한 결을 만들어내고, 각각의 결들은 따로이 자유롭게 노니다가 다시 한 줄기의 커다란, 웅크린 뱀처럼 소용돌이를 일으켜 전혀 새로운 기운을 솟구쳐 내는 것처럼, 이야기가 꼭 그런 모양으로, 내면에서 복잡하게 얽히고 설키다가 각각의 길고 짧은 이야기의 실타래들이 기어코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지고야마는 것이 작가의 운명이 아닌가 생각해보게도 한다.
어느 동네에나 사람으로는 철수가 있고 영희가 꼭 있듯이, 개들 중에는 꼭 몽실이가 있나 보다. 이번에는 작가의 시골 생활에 등장한다. 그럴려는 의도는 없었겠지만, 고라니의 장난끼 어린 눈망울은 몽실이에게 그저 약올리는 수단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