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인류가 지금까지 완전히 풀어내지 못한 난제 두 가지, 곧 죄를 지은 인간이 뉘우치고 온전히 속죄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인간이 다른 인간의 죄를 사형이라는 형식을 통해 처벌하는 것이 최선일 수 있는가, 라는 문제를 세 가지 형태의 살인 사건이라는 틀 안에서 묻고 있다. 불친절하게도 답을 내지 않는다. 독자의 몫으로 남긴다.
소설의 초반부가 연둣빗과 회색빛이 묘하게 어우러진 청춘물처럼 시작되기에 제목과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끼는 그 다음 순간, 비극적인 유아 살인 사건의 슬픔이 폭풍처럼 밀려들고, 시간을 훌쩍 건너 뛰어 이제 그 어머니였던 사람이 황망한 죽음을 맞게 되는 이 맥락에서, 저자는 홀로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남은 자의 발걸음을 통해, 죄는 죄를 부를 수밖에 없고, 인간은 그 죄의 수레바퀴 아래에서 짓뭉개지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발버둥치는 미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음을 격정과 담담함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어조로 그려내고 있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