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컴퓨터와 디지털 기술에 힘입은 기계의 발달은 인간의 두뇌로 해야할 많은 일들을 대체할 수 있게 되었고, 편리하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던 이 기술이 사실은 인간의 기억 능력을 서서히 감퇴시켜왔다는 것을 이제는 사람들이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기억 능력의 퇴보로 인해 두드러지게 나타난 치매 같은 치명적인 질환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 익숙해진 디지털에 둘러싸인 생활 패턴에서 사람들은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뇌 진화의 오랜 역사를 돌아보면, 기억 능력의 퇴보는 단기간에 일어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현재의 인류의 뇌는 매우 혼란스러운 과도기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은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을 기억하는 부분에서 효율성을 중심으로 발전한 뇌가, 우리가 디지털에 둘러싸인 채 상당한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 완전히 뇌의 능력을 포기할 만큼 절망적인 상태도 아님을 알려준다.
뇌에서 일어나는 기억이라는 현상은 효율을 따지며, 그래서 뇌는 의미 있는 것만 기억하도록 진화했다. 우리가 기억 능력이 떨어졌다고 걱정하거나 때로는 두려움까지 느끼는 대부분의 원인은, 다시 말해 잘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입력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라고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뇌의 가소성’이라는, 뇌는 나이가 들어서도 얼마든지 더 좋게 변할 수 있다는 특성이 저자의 주장을 강력하게 뒷받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