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 속 전염병 - 왕실의 운명과 백성의 인생을 뒤흔든 치명적인 흔적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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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새로 출간된 신병주 선생님의 『우리 역사 속 전염병』은 지난 역사를 통해 현재 우리가 겪고 있고 앞으로 겪게 될 전염병 사태를 어떻게 극복해나가야 하는지 교훈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따르면, 한반도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전염병에 대한 기록은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15년 백제 온조왕 4년 봄과 여름의 가뭄과 기근으로 비롯된 역병에 대한 짧은 기록이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기록 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은 그 명성에 맞게 질병 발생에 대해서도 방대한 기록을 담고 있다. 특히 조선 건국으로 이어진 결정적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위화도 회군’의 이유로도 전염병이 언급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우리 역사 역시 전염병의 영향을 크게 받았음을 확인하게 한다.



 


전염병의 재앙은 전쟁보다도 무서운 것이었다. 현종실록에는 전염병으로 인해 참혹하게 죽은 사람들의 수가 임진왜란 때보다도 더했음을 보여주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이른바 경신대기근에 해당하는 기간이었는데, 최소로 잡아도 당시 인구의 1~2% 가량이 사망했다고 하니, 지금으로 치면 대략 50만명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과 마찬가지일 정도의 대재앙이었다. 전염병은 가뭄으로 인한 흉작, 태풍 같은 자연재해와 병충해 등과 함께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조선 땅을 지옥과도 같은 풍경으로 만들었다. 전염병에 대한 조선시대의 대응은 주로 격리와 무속 행위 일색이었지만, 이후 점진적으로 허준이나 정약용, 지석영의 공헌에 힘입어 비교적 과학적인 의료 대응체계를 세워나갔던 것으로 보인다.

천연두가 번지면서 일시적으로 제사와 길쌈을 중단했다는 이야기도 볼 수 있는데, 마치 코로나 기간 동안 종교시설의 대면 행사가 중단되었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전염병 같은 대재앙을 겪으면서 제사나 무속 행위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을 텐데도 왜 계속 유지시킨 걸까? 역시 그런 의식들이 대대로 유지되는 것은 조상을 공경한다거나 하는 의미보다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더 큰 이유임을 짐작하게 한다.

조선 왕실의 의료기관은 내의원이다. 이곳과 관련하여 영조의 최장수 비결이 바로 철저한 건강검진에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승정원일기의 기록을 바탕으로 통계를 내보면, 한 달 평균 11.3회의 진료를 받았다고 한다. 역시 건강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전문적인 의료기관의 존재가 인간의 수명과 건강에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일반 백성을 위한 의료기관인 활인서의 존재로 인해 세종 시대 전염병의 대유행 속에서 유독 한양에서 백성의 생존율이 높았다는 점도 앞서의 생각을 지지해준다. 참고로 이 활인서는 전염병 치료시설이자 격리공간으로도 활용되었다고 한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전염병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위기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미리 충분히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알려준다. 하지만 우리는 사태가 가라앉고 안정된 시기가 어느 정도 지속되면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그리고 다시 위기가 발생하면 허둥지둥 당황하며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엄청나게 키워버린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우리가 평소에 다양한 관점에서 역사를 꾸준히 공부하고 현실에 반영해야 할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하지만 미리 대비하기 위한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에 인색한 우리의 고질병이 벌써부터 도지는 것 같다. 다음에 찾아올 위기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전혀 진행되지 않는 것처럼 보여 상당히 걱정스럽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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