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조건 - 철학이 진실을 구별하는 방법
오사 빅포르스 지음, 박세연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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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은 쉽게 이해하자면 세상에 절대 기준은 없다는 것이다. 마치 현대 물리학에서 시공간 어느 지점이라도 광활한 우주의 기준으로 생각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해낸 것처럼, 인류의 역사를 이끌어가는 사상의 최전선에서도 절대성은 부인되고 오직 상대성만이 유일하게 통용되는 진리인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진실’이란 개념 혹은 가치는 그 말의 무게가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개성을 말하고, 자기 생각대로 말하고 살아갈 자유를 주장하지만, 그것이 어찌 진정한 자유라고 할 수 있을까? 당장 우리 삶을 지배하는 거대한 조건을 거부할 만한 자격이 있는가? 포스트모던적 사고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이미 엄청나게 많은 조건을 전제로 살아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존재다. 당장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우리의 삶을 규정한다. 나는 자연인이라고 주장하고 어디 가서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상황도 불가능하다. 모든 토지에는 주인이 있기 때문이다.




사상의 자유를 말하지만, 모든 사상에는 근본이 있으며 그 근본은 타인의 생각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체계다. 수많은 사상들 중 하나, 심지어 완전한 이기주의적 관점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여 내 인생은 내 거, 내 마음대로 하면 그만, 이라는 식으로 주장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그것은 고유한 것이 아니라 남이 만들어놓은 것을 베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인간은 완전한 고독자가 될 수 없다. ‘내 삶의 방식’ 따위는 없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내가 내 의지대로 사는지 타인의 의지에 교묘하게 조종되어 살아가는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의 여부 문제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의식에서 멀어지고 있다. 왜냐하면 생각하기를 귀찮아하기 때문이다. 본능, 욕구, 탐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성취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 따위를 지식의 범주로 넣는 저열한 수준이 판치고 있다.

이 모든 사실을 종합해볼 때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수많은 진실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사람들에게 정말로 이롭고 건강하게 살아가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 어떤 가치들은 사람들에게 일정한 기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고, 그 기준은 사람들로 하여금 건전한 사고와 행동을 일으킬 것이다.




많은 거짓 정보들이 사람들의 삶을 왜곡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무기는 이성임을 알려준다. 한마디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판적 사고다.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 목격하는 현실에 대해 의심하고 또 의심하여 참된 진실을 가려내는 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의 결론부에서 민주주의 시스템에서 우리가 비판적 사고를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의 삶을 왜곡하는 가장 큰 적은 정치와 미디어다. 미디어 중에서는 인터넷 언론의 가장 영향력이 크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기가 가장 어려운 문제가 정치와 관련된 사항이다. 여기에서 인터넷은 무지성적 여론몰이의 플랫폼이 되었다. 반대로 저자의 진실을 가늠하는 철학적 방법론을 시도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시험장이 우리나라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는 점에서 『진실의 조건』은 일독할 가치가 있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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