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획으로 대상의 외형적 특성과 내적 아름다움, 대상 주변의 분위기나 물리적 배경 정보까지 담기게 되는 예술의 경지를 차분하게 묘사해나가는 부분은 몇 번이나 반복되어 서술되는데, 반복으로 인한 피로감이나 지루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이 이 소설의 장점이자 특징이기도 하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한 예술의 경지를 눈앞에서 보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질문을 던져 보게 되는 것도 이 소설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다.
이 소설은 작가의 의도도 그렇고 표면적으로 수묵화의 매력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 목적이 있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한 사람의 상처 입은 내면의 공간에 휘몰아치는 자기 문제의 폭풍에 얽매여 괴로움을 견뎌내기만 하다가 다른 존재, 다른 세계를 서서히 받아들이면서 슬픔과 상처를 서서히 극복해나가며 정신적으로 건강해지고 삶의 생기를 회복해가는 심리 치료의 과정을 그려낸 이야기처럼도 보인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