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말하는 날개는 소망을 의미한다. 그 소망은 갈등과 폭력과 이기심과 가난과 비참함과 슬픔 등 모든 비탄한 것들로부터의 해방을 담고 있다. 다양한 형편에 맞는 다양한 새들의 날개가 소환되지만, 이어령 선생님은 그 모든 것보다 우리가 꼭 지녀야 할 날개로 기러기의 날개를 꼽는다. 기러기의 이동 대열에서 엿볼 수 있는 삶의 경이를 인간에게 그대로 이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소망이 기러기들의 날개짓에 투영된다.
편견과 고정관념, 흑백논리의 지옥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어령 선생의 간절함과 외침이 책 곳곳에서 스며나온다. 이어령 선생은 이런 지옥을 생명력과 감동이 넘치는 지평으로 전환하기 위한 방법으로 상상력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런 상상하는 능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처럼 신적인 어떤 힘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살짝 관점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대상에 대한 생각을 뒤집을 줄 아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들이 생명을 얻는다.
마치 모든 동전에 양면이 있고, 그림자가 있으면 빛이 있고, 밤이 있으면 해뜨는 새벽 아침이 있고,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지나 새싹이 트는 봄이 오듯이,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다. 우리가 부정적으로 느끼는 모든 순간에 역전의 기회가 마련되어 있다. 현실을 뒤집어 생각할 줄 아는, 관점의 전환이 곧 위대한 상상력의 첫 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이 책은 가르쳐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