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날게 하소서 - 이어령의 서원시
이어령 지음 / 성안당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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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날게 하소서”라는 기도는 우리 앞에 놓인 문제, 문제 속에 빠진 우리를 위한 이어령 선생의 구원을 바라는 간청과도 같다. 그 대상은 세상을 창조하고 만물을 유지하는 근원인 기독교의 신처럼 보인다. 그 구원의 간청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생각과 개성을 풀어내고 하나의 그림 안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꿈 같은 세상을 방해하는 획일화된 사회와 문화, 특히 한국사회가 보여주는 그 경직성에 대한 파괴되어야 하는 당위성이 현실에서 더 구체적으로 공론화되고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느끼도록 움직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획일성의 대표적 예는 고정관념이다. 고정관념들 중에서도 좀처럼 변하지 않는 하나의 예를 든다면 그것은 무지개에 대한 인식이다. 무지개가 일곱 색깔인가? 그렇지 않다. 그러면 세 가지 색? 열 가지 색? 답은 없다. 문화권마다 고유의 인식이 반영되어 무지개는 한 가지의 색일 수도 있고 무한에 가까운 색의 향연을 품은 꿈과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문제는 그것을 하나의 고정된 형태로 받아들이고 안주하려는 우리의 정신세계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날개는 소망을 의미한다. 그 소망은 갈등과 폭력과 이기심과 가난과 비참함과 슬픔 등 모든 비탄한 것들로부터의 해방을 담고 있다. 다양한 형편에 맞는 다양한 새들의 날개가 소환되지만, 이어령 선생님은 그 모든 것보다 우리가 꼭 지녀야 할 날개로 기러기의 날개를 꼽는다. 기러기의 이동 대열에서 엿볼 수 있는 삶의 경이를 인간에게 그대로 이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소망이 기러기들의 날개짓에 투영된다.

편견과 고정관념, 흑백논리의 지옥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어령 선생의 간절함과 외침이 책 곳곳에서 스며나온다. 이어령 선생은 이런 지옥을 생명력과 감동이 넘치는 지평으로 전환하기 위한 방법으로 상상력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런 상상하는 능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처럼 신적인 어떤 힘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살짝 관점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대상에 대한 생각을 뒤집을 줄 아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들이 생명을 얻는다.

마치 모든 동전에 양면이 있고, 그림자가 있으면 빛이 있고, 밤이 있으면 해뜨는 새벽 아침이 있고,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지나 새싹이 트는 봄이 오듯이,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다. 우리가 부정적으로 느끼는 모든 순간에 역전의 기회가 마련되어 있다. 현실을 뒤집어 생각할 줄 아는, 관점의 전환이 곧 위대한 상상력의 첫 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이 책은 가르쳐주고 있다.




‘그림은 벽에 뚫어놓은 마음의 창’,처럼 기존 개념을 새로운 관점으로 정의한 부분이나, 성경의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에서 낙타가 사실 밧줄의 오역이라는 부분까지, 그러나 그 오역이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으로 전환될 수 있었던 이유까지, 이 책은 사고의 전환뿐만 아니라 기존에 잘못 알고 있었던 여러 가지 지식을 알게 되는 즐거움과 더불어 여러모로 유익한 부분들을 두루 갖추고 있는 보물 같은 이어령 선생의 유산이라 할 수 있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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