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 - 공감을 넘어선 상상력 '엠퍼시'의 발견
브래디 미카코 지음, 정수윤 옮김 / 은행나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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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무겁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느끼는 것을 그대로 나도 느낀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는데, 사람이 어찌 있는 그대로 타인이 느끼는 것을 ‘공감’할 수 있을까? 그래서 저자가 머릿말에서 언급한 ‘공감하지는 않지만 타인을 이해하는 일’이라는 표현에서 볼 수 있는 ‘타인을 이해한다’는 행위의 세분화에 대한 개념 구분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타인을 이해하는 데 있어 공감 능력을 타고났거나 더 뛰어난 사람도 있고, 거기까지 이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타인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 이해하려는 감각 정도를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들 사이에 무슨 윤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우월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도의 차이일 것이다. 이것을 저자가 잘 짚어내고 있어 눈길을 끈 것이다.



이 책에는 엠퍼시의 사례를 설명하기 위해 우리에게 영화 ‘박열’로 널리 알려진 가네코 후미코의 사례를 들고 있다. 일본인이었지만 국적의 틀을 벗어나 제3자의 시선으로 일본과 조선을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스스로 통치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하는 아나키스트, 즉 무국적자로서 짧지만 빛나는 인생을 살아간 인물이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살겠다는 그녀의 의지는 무척 상냥해서,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자기를 괴롭히던 여자 간수의 몸에서 나는 생선 냄새에서 고단한 삶을 사는 동시대 여성의 정서를 떠올리는 가네코 후미코의 이야기를 통해 엠퍼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를 돕게 한다.

한편 SNS에 관련한 공감의 문제를 논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페이스북의 ‘좋아요’나 트위터의 ‘팔로우’ 같은 것이 공감을 표현하는 한 행위로 이해하고 있지만 실상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공감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을 이 책은 잘 가르쳐주고 있다. 본질이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타인을 이해한다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어필하거나 사회적 관계, 다시 말해 사회적 자본이 풍성한 인간‘처럼 보이게’하는 기능에 더 촛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마치 이상적인 역할을 연기하는 것처럼 만들어버리기에 가짜 공감이 넘치는 곳이 바로 SNS의 실상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공감 행위가 점점 상업적으로 물들어가고 있는 대세를 뒤집기는 참 힘들 것이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이타심과 이기심의 상관관계를 다룬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이타심이 오히려 위선이 되어 공공의 이익을 해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이기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반대로 공익적인 결과를 낼 수도 있다는 아이러니는 우리가 엠퍼시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며, 그렇다면 무조건 양심이나 본능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익혀야 할 기술이 바로 ‘공감’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배우고 익혀서 얻을 수 있는 공감의 영역과 자연스럽게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게 되는 본능적 공감에 대해 구분하며 하나하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여러 사례들을 통해 우리는 공감, 즉 엠퍼시를 통해 우리의 부족한 부분, 새로운 깨달음들을 얻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공감은 강요되어서는 안되는 성질의 것이다.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 스스로의 의지로 공감을 발현할 수 있게 하는 교육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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