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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 - 정여울이 건네는 월든으로의 초대장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해냄 / 2022년 2월
평점 :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부터 인간이 얼마나 자연과 밀접한 존재인지, 그 밀접함을 삶에서 잃어버렸을 때 얼마나 황량해질 수밖에 없는 존재인지를 가정(家庭)이라는 단어의 뜻을 풀어내면서 밝혀내고 있다. 독서의 즐거움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에 있는데, 더욱이 평범하게 자주 접하는 말에서 인간 존재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더 깊이 알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시작부터 매력이 철철 넘치게 다가온다.
저자는 도시의 삶이 사람들로 하여금 ‘뜰과 숲이 없는 삶’을 살도록 만들어버렸음을 지적한다. 비록 우리가 당장 현실적으로 마당이 있는 삶, 자연과 연결된 삶을 일상에서 구현할 수 없을지라도, 책이라는 사물, 독서라는 행위를 통해 조금이나마 잊고 있던 활기찬 삶의 근원을 회복할 수 있으리라는 소망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것을 위한 최상의 조건이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에 있다고 믿는다.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는 소로의 삶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그에게 많은 실질적인 도움을 준 랄프 왈도 에머슨과의 지속적인 교류다. 둘은 비록 성향이 달랐고 또 은근이 서로를 미워하는 가운데서도 애증이라 할 만한 에너지를 근거로 계속 만남을 이어왔는데, 이런 서로의 지적 자극이 한낱 사람의 자존심이나 질투 따위로 무너지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는 것, 그리고 그 관계에서 파생된 지적 유산들의 가치를 생각하면 자연주의와 문학 역사에 있어서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소비 대신 자연을 향한 사랑을, 심플리시티(Simplicity), 즉 간결하고 조화롭고 탐욕과 집착으로부터 해방되는 삶을 꿈꾸었던 소로의 이상은 오늘날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히 변화된 삶의 양상을 맞닥뜨린 가운데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다른 길을 모색하는 이들에게 다시 한 번 주목받을 만한 대안으로 여길 만하다.
많은 곳을 여행하고 다니더라도 여전히 좁은 세계에 갇혀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리적으로 어디 먼 곳을 가보지 않더라도 그 자리에서 자기 주변의 세상을 지구보다 더 크게 확장하여 누리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있다. 소로는 후자에 속한다. 그는 외국에 나간 적이 없지만 자신이 사는 동네, 걷는 숲길을 매번 낯설고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이었다. 작가는 도시 생활의 황량함에 지쳐갈 때쯤 이런 소로의 모습에서 큰 위로를 얻기도 한다.
이 책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삶의 철학과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흔적들이 정여울 작가의 느낌과 생각을 만나 글로 환원되어 산문을 읽는 새로운 기쁨을 선사한다. 특히 여러 번 이름은 들어왔으나 제대로 작가의 글을 읽어보지 못했던 한 사람의 독자로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문장에서 소박하면서도 세심하고 따뜻한 즐거움을 주는 또 한 명의 작가를 선물받은 느낌이 들어 다른 책들도 빨리 읽어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이것도 소로의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