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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 ㅣ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2월
평점 :
이 작품을 읽으면서 뭔가 부자연스럽다고 줄곧 느끼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스마트폰에 대한 묘사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휴대전화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고, 이제는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할 지경인 지금 시대에, 문학도 그 영향을 받아 디지털 기기를 가지고 무엇을 하는 장면이 묘사되는 것은 거의 필연적인 것이 되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아마 인터넷 보급률은 높고 휴대폰 사용은 그에 미치지 못할 때를 배경으로 쓴 소설 같다. 원작은 2006년에 나왔는데 그때 일본이 그런 형편이었나? 하는 궁금증이 엉뚱하게 든다.
모래사장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칼에 찔린 시체가 누워 있다, 고 생각했던 서술이 사실 트릭이었다. 그것은 고양이 사체였다, 고 정정되는 듯한 문장을 조금 더 이어 읽어 보면 그것은 사체가 아니라 고양이 박제였음을 비로소 알게 된다. 이런 식의 서술적 기교가 이 작품에는 많이 나온다. 일상 미스터리의 여왕이라 불리는 와카타케 나나미는 이런 느낌으로 독자를 즐겁게 하면서 미스터리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고양이 박제에 칼이 꽂힌 이 기묘한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여러 곳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며 단서를 찾고 상황을 추리하는 고마지 도키히사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하자키 경찰서 수사과 형사반장이다.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으면서도 고양이섬에 있는 이유는 가족에게 봉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가족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사건이 그를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이다. 알레르기 반응이 있어 수사하는 동안 많은 시간 방독면을 쓰고 돌아다니는 형사의 일거수일투족은 시종일관 흥미를 유발한다. 사건의 결정적인 단서는 고마지 형사의 알레르기성 재채기에서 나오게 되는데, 고양이 알레르기가 아닌 마약 알레르기에 대한 반응에서 상황은 좀 더 심각해진다.
일반적인 마약 사건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사람이 죽었다. 마약 밀매의 용의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그냥 죽은 것도 아니고 절벽에서 뛰어내렸거나 누가 떠밀어서 추락한 사건이다. 엉뚱하게도 사람이 죽은 장소를 포함한 구역을 자기의 영역으로 삼고 있는 고양이가 용의선상에 오르는 코믹함으로 사건의 긴장감을 잠깐 완화시킨다. 하지만 또 다른 시체가 더욱 처참한 형상으로 나타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한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고양이섬은 매우 한적한 관광지로 묘사된다. 이곳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 사는 사람들은 몇십 명인데 그보다 많은 약 백 마리 이상의 고양이들이 만들어내는 한여름의 몽환적인 분위기는 비현실적인 느낌을 더해주어 끔찍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나른함에 묻히는 효과가 나타난다.
보다 입체적이고 사실적인 작품 감상을 위해서 책 서두에 고양이섬의 지도와 등장인물 및 등장고양이 소개가 배치되어 있는데, 이런 편집이 드문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작품을 따라가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한 장 복사해서 옆에 두고 보면 보다 즐거운 감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