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 - 먹어보기 전에 죽지 마라
알렉상드르 스테른 지음, 정연주 옮김 / 윌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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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음식 문화를 다룬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의 음식 문화가 뚜렷한 독자적 특징을 갖는다는 사실이다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 세계에저자의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되어 있는 목록임에도 불구하고 그 카테고리에서 한국 음식이 고유의 영역을 차지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용어 사전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에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꼭 정독해도 나름의 재미가 있지만 차례를 통해 먼저 관심 있는 지역의 음식 문화를 살펴봐도 좋다지역과 지역 사이에 인류의 대표적인 식문화인 소금커피곡물와인초콜릿감자를 주제로 한 글들은 분량은 짧지만 깊이 있고 핵심적인 내용으로 해당 식문화의 본질을 담아내고 있어 독자들에게 각론을 깊이 탐구할 수 있는 좋은 디딤돌의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도 한때 개구리 뒷다리를 많이 구워먹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지금도 여전히 주요한 식재료 중 하나라는 사실이 흥미롭다특히 1인당 개구리를 가장 많이 먹는 나라가 역시 미식의 나라 프랑스다심지어 영국인들은 프랑스인들을 개구리들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프랑스의 연간 소비 개구리가 8,000만 마리에 달한다는 사실은 마치 우리나라가 치킨 공화국이듯 프랑스가 개구리 튀김 공화국인 것 같은 착각이 든다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이 개구리들의 80퍼센트가 인도네시아에서 키워져 넘어온다는 사실이다식문화의 세계화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상어지느러미는 최고급 중에서도 최고급가장 풍미 있는 음식으로 꼽히지만 그것이 식탁 위로 올라오기까지의 과정의 끔찍함 때문에 저자는 다루지 않았다고 책 서두에 밝힌다대신 캐비아는 다루고 있는데가장 희귀하면서 비싼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그런데 캐비아는 모든 생선의 알을 뜻했다고 한다오늘날 캐비아 하면 철갑상어 종의 알을 의미하는데안타깝게도 자연산은 거의 멸종 상태라고 하며 오늘날 유통되는 것들은 대부분 자연산이라고 한다생산 방식은 상어 지느러미 못지 않다알이 성숙하기 전에 암컷 철갑상어의 배를 갈라 알주머니를 꺼내 가공하는 방식인데즉 한 마리의 암컷에서 한 덩어리의 재료만 나오는 것이다이런 식이었으니 멸종을 하지 않고 견뎌낼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저자가 한국의 음식 문화를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었으니 과연 어떤 음식을 대표적인 것으로 선택했을지 궁금해 특별히 눈여겨 봤다고추장홍어갈치 조기번데기부침개호떡반찬비빔밥불고기김치삼겹살팥빙수 등이 언급된다. ‘반찬을 하나의 음식으로 묶은 것이 이채롭고번데기나 호떡도 눈길을 끈다특히 번데기는 그 역사가 5,000년이나 된 인류의 식재료라고 하니 색다르게 느껴진다.







이 책의 특징이기도 한데각 나라 혹은 문화권으로 분류된 첫 페이지에는 대략의 음식 문화 이력이 소개된다우리나라는 4세기에 불교 때문에 채식이 발달했고 고추는 17세기에 도입된 것으로 소개된다일제강점기 이후 육류의 소비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세계 최고 수준의 술 소비국이라는 정보가 제공되며저자는 개고기를 받아들이지 않는 입장이지만 그래도 한국의 개고기 문화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책 후반부에는 음식 문화와 관련된 필수적인 용어 사전과 짧은 분량으로 추가되어 있고찾아보기를 통해 일종의 검색 기능 같은 역할을 추가하고 있어 효과적인 독서를 돕는다.




* 네이버 「컬처블룸」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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