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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되는 오늘 - 역사학자 전우용이 증언하는 시민의 집단기억
전우용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역사학자 전우용 선생은 이미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고 어느 정도 영향력도 있는 분인데 나는 부끄럽게도 작년까지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본 중화TV의 한 중국경제문화 관련 토크 프로그램에서 처음 제대로 뵙게 되었다. 선생의 부드러운 어감에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분명한 어투를 보며 무척 호감이 가는 인물이라고 생각되었다. 알고 보니 앞서 언급했듯이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지식인이었고, 특히 이 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SNS 매체를 이용한 활동이 상당히 활발하신 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책 내용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면 정치적 입장도 분명한 편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느낌도 들지만, 잘못을 비판하는 방식이나 논리의 전개, 유머, 풍자의 능력은 반대 진영에 있는 사람들도 배워야 할 부분이라 생각되었다. 특히 ‘무식은 용서해도 악은 용서할 수 없다’고도 하지만 ‘악’만큼이나 ‘무식’에 대해서도 굉장히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듯한 경향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어 ‘무지의 악’에 대항하는 전사 같은 인상도 받았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짧은 글들이 몇 개의 주제로 묶여 구성되었으며, 그 주제 안에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지만 일정한 맥락이 있음을 볼 수 있다. 이것은 특정 지지 후보에 대한 응원과 변호, 상대 후보에 대한 전략적 비판으로 읽혀질 수 있다. 출간 시점이 대선을 앞두고 있어 선거 차원에서의 정치적인 성격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권력을 탐하는 폴리페서들과는 분명히 다른 것 같으며, 무엇보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매우 촌철살인적이라 수사학적인 측면에서도 배울 거리가 많다는 생각도 들었다.
최근 전우용 선생의 말 중에 정확하진 않은데, ‘같은 편이 짖을 때 같이 짖는 것은 개, 말리거나 사과할 줄 알면 사람’이라는 짧은 문구를 본 적이 있다. 이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런 느낌의 글들이 많은데, 특히 무지하거나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작태를 보이는 것에 대한 지적을 많이 볼 수 있다. 언론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도 이 책의 주요 분위기 중 하나다. 특히 특정 정치세력과 야합하여 팩트를 전반적으로 다루지 않고 자기들에게 유리한 사실만 취사선택하거나, 아니면 아예 의도적으로 오보를 일삼는 것 같은 태도에 강한 비판을 가한다.
요즘 때가 때이니만큼 대통령의 자격 조건을 논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역사의식이 있어야 하고, 박식해야 하며, 부지런해야 하며, 신중하되 과감해야 한다. 또 약한 자 편에서 살아왔어야 하며, 후덕해야 한다. 여기서 박식하다는 것이 모든 걸 알아야 하는 만물박사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후덕해야 한다는 것은 동양 특유의 리더십인 덕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겸손과 측은지심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시대를 읽는 하나의 관점을 보여준다. 동의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책의 사람들에게 양질의 대화거리를 제공하다는 데 있다. 또 서로 반대 입장에 서 있고 대립하고 있더라도, 그 방식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가르침을 준다.
* 네이버 「리앤프리 책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