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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나는 누구인가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윤순식.원당희 옮김 / (주)교학도서 / 2022년 2월
평점 :
철학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진리를 탐구하는 행위로 알려져 있다. 진리 탐구의 출발점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기 자신의 존재의 이유나 가능성, 전망을 종합적으로 탐구하여 외부 세계를 탐구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 외부 세계라고 해서 단순하지 않다. 우선 외부 세계를 탐구하기 전에 먼저 감각적으로 오는 현상의 문제가 있다. 눈앞에 펼쳐진 세계가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의 인식에 이해와 판단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이런 질문을 나름대로 이해하고 나면 다음으로는 나와 외부 세계와의 관계가 이슈가 된다. 주체와 객체의 상호작용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근본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철학의 고유한 특징은 바로 인간만이 발현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데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인간의 이러한 복잡한 정신 활동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에베레스트산이 아무리 높다고 한들 우주선을 타고 점점 지구와 거리를 벌리면 벌릴 수록 그 높은 에베레스트산마저 납작한 평지로 보이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이성, 인지, 행위는 지구라는 자연 속에서 미미한 흔적조차 남길 수 없을 만큼 나약하다. 오히려 인간이 외부 세계의 총합인 자연을 정복한다거나 탐구할 수 있다거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그 현상 자체가 신비요, 경이로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223/pimg_7776601043318451.jpg)
철학을 통한 자기 이해는 추상적인 차원을 넘어 보다 과학적인 검증을 요구하는 시대를 맞아 더 큰 발전을 이루고 있다. 특히 뇌과학과 연관되어 정신과 물질의 상호작용은 어느 정도 이론적 틀을 갖추어 가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자역학의 발전은 정신과 물질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함으로써 철학 행위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과거의 철학이 정신과 육체를 분리했다면, 이제 물질과 정신, 영혼의 검증된 결속은 철학이 가야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준다.
지금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기술의 발달은 윤리나 철학의 통제가 필요한 지경에 이르렀다. 마치 인문학이 그 자체로는 쓸모 없어 보일지 모를지라도, 그 방향성의 제시가 사람들의 삶을 대폭 변화시켜왔듯이, 이제는 기후위기나 환경오염으로 인류의 삶에 큰 과제가 던져진 지금, 철학은 인류의 삶의 의미를 처음부터 다시 재설정해야 하는 데 있어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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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간된 『내가 아는 나는 누구인가』는 일반적인 철학책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곧바로 ‘나’라는 주체 속으로 들어가 존재의 가능성에서부터 외부 세계의 다양한 이벤트들의 당위성까지 하나의 큰 궤적을 그리는 추궁의 시리즈를 구현한다. 갈기갈기 분리된 학문의 편린들이 철학이라는 대주제 안에서 다시 융합하여 다가올 새로운 시대를 위기에서 기회로, 붕괴에서 재건으로 전환시킬 준비를 하는 데 있어 이 책은 그 일련의 현상을 잘 대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네이버 「리앤프리 책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