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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의 역사 - 음식에 인생을 바친 사람들의 이야기
윌리엄 시트웰 지음, 문희경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2월
평점 :
먹는다는 행위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활동이다. 그것이 곧 생존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하지만 식량 수급이 안정되면서 인간에게 먹는다는 행위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된다. 이 책은 식문화, 그중에서도 외식의 역사를 다룬다. 가족 단위에서 음식을 만들고 먹고 소화하는 과정이 하나의 역사로 다루어지는 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데 ‘외식’에도 역사가 있다? 외식이란 행위는 비교적 최근의 것이 아니었나? 깊이 들여다볼 만큼 깊고 넓은 역사라 할 만한 것이 외식에 있다고?
이 책에 따르면 역사상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형태의 외식 문화는 주후 79년 로마 제국의 최고 도시 폼페이에서 발견된다. 이후로 천 년을 훌쩍 건너뛰어 1410년 경의 영국에서 또 다른 기록이 발견된다. 그러나 이 책이 보여주는 외식 문화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14세기의 이븐 바투타는 집이 아닌 곳에서의 식사 경험을 이야기해주며, 19세기의 한 프랑스인은 전문 식당 음식과 가정식을 구분한 기록을 보여준다.
이 역사에서 우리는 국가의 흥망성쇠를 엿볼 수 있으며, 영국 음식이 왜 현재까지도 제대로 된 음식으로 대접받지 못하는지 살펴보게 된다. 좀 독특한 외식 관련 문화에 ‘식탁보’와 관련된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곧바로 문명과 문화의 상징성을 갖게 된 과정이 흥미롭다. 건조하고 차가운 공간을 다른 기운으로 탈바꿈시키는 식탁보의 마법이 외식 문화에서 왜 중요성을 가지는지 알려준다.
외식의 역사에서 또 다른 차원에서 혁명을 일으킨 것은 ‘커피’였다. 2000년대 이후로 우리나라를 광풍에 휩싸이게 한 그 음료. 최초의 커피하우스는 1650년 옥스퍼드에서 문을 열었다고 한다. 그러나 커피의 역사는 더 거슬러 올라간다. 17세기 커피를 광고하는 문구의 내용이 재미있다. 소화를 돕고, 오후 3~4시쯤이나 아침에 마시는 것이 좋으며, 머리를 빨리 돌아가게 해주어 일하기에 적합한 상태로 만들어준다는 등으로 남아있다는 것은 커피를 동반한 외식문화의 역사가 그리 짧은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간의 삶을 근본에서부터 바꾼 역사적 사건으로 산업혁명을 들 수 있는데, 이 산업혁명기 내에서 외식 역사는 어떤 변화를 거쳤을까? 무엇보다 가정 중심의 식문화가 본격적으로 가정 외 식사 문화로 뀌었다는 데 있다. 노동 형태의 변화와 여가 시간의 확대, 기독교 문화 정착은 도시의 풍경을 바꾸었고, 식문화는 가장 상징적인 변화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것은 부유한 계층에게나 적용되는 것이었고, 도시의 열악한 환경의 노동자에게는 음식을 삼키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식사의 형태를 제공하면서 또 다른 의미에서 새로운 식문화를 만들어낸다.
역사는 하나의 요인으로만 설명될 수 없으며 정치와 경제, 문화, 사회적 맥락의 역사들이 서로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면서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외식 문화를 중심으로 그 주변의 다양한 역사적 현상들을 복합적으로 파악하게 해주기 때문에 역사를 보는 또 하나의 관점을 제공하고 흥미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독자에게 좋은 선택지를 늘려준다.
* 네이버 「리앤프리 책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