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경성의 음악공간을 산책하다
신혜승.김은영.이수정 지음 / 우리에뜰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 역사에서 일제강점 시기를 보통 1910년대-무단통치, 1920년대-문화통치이후 해방까지를 민족말살통치로 구분한다무단통치와 민족말살통치는 용어에서 어느 정도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 그림이 그려지는데문화통치는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었는지 떠올리기게 쉽지 않다이번에 출간된 100년 전 경성의 음악공간을 산책하다는 주제가 당시의 음악이기는 하지만바로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어 매우 유익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총독부가 일본인 생활 공간으로 조성한 남촌의 이야기가 눈에 띤다청계천을 중심으로 북촌과 남촌으로 나뉘는데휘황찬란한 남촌과 낙후된 북촌의 수준 차이를 의도적으로 드러나게 한 도시개발 정책은 주도면밀했다예를 들어 당시 기준으로 최신의 문화시설과 상업적 건물을 지음으로써 조선 사람들에게 충격을 줌과 동시에 서구식 생활 방식을 동경하게 하여 소비문화에 젖어들게 했으며이는 결과적으로 일제강점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효과로 이어진 것이다.







당시 문화 포털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던 경성공회당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이 책의 1장에 해당하는 ‘1코스근대화된 조선의 도시공간에 소비자본주의가 자리 잡게 되고이 시대에 태어나 자란 세대들은 자연스럽게 일제가 조성한 문화 환경에서 근대적 생활양식을 동경할 수밖에 없었다이전 세대들은 빈곤과 소외로 피폐해지고새로운 세대들은 정신적으로 종속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조국의 비참한 현실에 대한 아픈 정서가 담긴 노래조차도요즘 말로 하면 일제가 마련한 플랫폼 위에서 유통될 수밖에 없는 너무나도 비극적인 상황이었다.

 

이 책의 2코스는 1코스에서 다룬 남촌 반대편에 위치한 북촌이다청개천 북쪽으로는 남쪽에 비해 오랜 기간 낙후되어 있다가 조선총독부가 궁궐을 허물고 신청사를 세우면서 여러 가지 개발이 이뤄진다이 과정에서 가자 두드러진 부분은 YMCA의 활동이다기독교 선교와 연결되어 각종 서구식 문화예술과 사상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근원이었기 때문이다이 장에서는 한반도 최초로황제 직속으로 창설된 서양식 군악대의 등장이 중요한 사건으로 다뤄진다이들이 파고다공원에서 연습을 겸하여 연 일종의 정기적인 연주회가 대중들에게 노출되면서 서양 음악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본격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3코스는 궁궐과 궁중음악의 변화상을 다루고 있다. 500년 간 이어져온 궁중음악은 분명히 연주되고 있었으나 백성들에게는 노출되지 않은 특징이 있다하지만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면서 대중에게 노출되고 음악도 서구적 경향이 섞이게 된다일제 감시하에서 점점 친일활동에 동원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내선일체를 위한 홍보의 수단으로 전락하게 되는 역사가 구슬프다.

 

이 책을 읽다보니 문화 영역이야말로 실학자들과 개화론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쇄국으로 일관하다가 결국 식민지 근대화 과정에서 가장 큰 정신적인 근본을 빼앗긴 대상이 된 참사가 벌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한민족의 정신은 소멸되지 않았고 끝까지 살아남아 지금 시대에 가장 큰 빛을 발하고 있기는 하지만일제가 만든 플랫폼 위에서 형성된 대한민국의 예술과 문화의 사상과 정신의 흔적은 결국 받아들여야 할 운명 같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왜색을 극복하고 K-컬처로 승화된 지금의 상황이 오히려 반만년의 유구한 한민족의 정신과 예술문화적 뿌리의 튼튼함을 보여준 것으로 생각되기도 했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