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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별을 볼 수 없습니다 - 망원경 뒤에 선 마지막 천문학자들
에밀리 레베스크 지음, 김준한 옮김 / 시공사 / 2021년 12월
평점 :
보통 천문학자라고 하면 낭만적인 생각이 든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우주를 연구하면서, 어쩐지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른 차원의 정의를 내리며, 몸은 땅 위에 발을 딛고 있지만 영혼만은 저 먼 우주 어딘가에서 자유를 누리고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이미지 말이다. 그렇게 거창한 느낌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세속적인 가치에 얽매여 골치 썩는 그런 일은 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천문학자에 대한 이미지다.
이런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천문학자가 긍정적으로 그려진 문학 작품이나 영화는 드물다는 생각이 든다. 기껏해야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콘택트’ 정도가 다인 것 같다. 오히려 어린 시절 보았던 김전일 같은 만화에서는 사기꾼 이미지로 다뤄지기도 해서 어린 마음에도 굉장히 의아한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109/pimg_7776601043264595.jpg)
저자의 천문학에 대한 애정은 별을 사랑하는 이들의 일반적인 경로를 따른다. 어린 시절 마음을 뺏긴 별을 따라 천문학자의 꿈을 키우며 자란다. 그런데 당장 별을 보는 일이 아니었다. 가까이 사는 천문학자의 첫 번째 조언은 가능한 많은 수학 수업을 들으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영재로서 순탄한 과정을 밟고 드디어 입학한 MIT에서도 가장 먼저 익혀야 할 학문은 물리학이었다. 수많은 과학과 공학 수업을 소화해가면서 천문학자라는 직업이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다른 길일 수도 있다는 눈치를 채면서도, 저자는 천문학자의 꿈을 버리지 않는다.
천문학자가 된다는 건 결국 망원경이라는 거대한 장비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의 일과 같다는 걸 알 수 있다. 천체망원경은 매우 비싼 장비이고, 천문학자의 수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지만, 사용하기 위해서는 매우 어려운 절차가 수반된다. 그렇게 관측 시간을 얻어내도 결코 긴 시간은 아니며, 며칠 동안의 관측 자료가 한두 편의 논문 재료가 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천문학은 실제 관측하는 행위보다 관측한 자료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데 몇 배의 시간이 걸리는 직업인 것이다. 다행히 저자에게는 그런 실상에 대해서 그렇게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109/pimg_7776601043264596.jpg)
관측하는 행위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관측 대상의 이미지를 얻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보다 고해상도의 이미지를 얻는 과정을 서술한 대목이 흥미롭다. 필름카메라 시절과 디지털카메라 시절을 비교할 수 있는 독자라면 더 실감나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현대의 천문학자들은 이렇게 실제 밤하늘보다 컴퓨터 모니터를 더 많이 접하는 직업일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보면 결국 대중이 생각하는 천문학자의 이미지는 엄밀히 말해 ‘아마추어 천체 혹은 천문 혹은 별이 빛나는 밤하늘 관측가’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자료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천문학자의 실제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는 『오늘 밤은 별을 볼 수 없습니다』는 어찌 보면 천문학자나 천체물리학자를 꿈꾸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매우 유익한 정보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