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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 매일 쓰는 사람 정지우의 쓰는 법, 쓰는 생활
정지우 지음 / 문예출판사 / 2021년 12월
평점 :
보통 글쓰기라고 하면 방법적인 측면에서 많이 접근한다. 하지만 어떻게 잘 쓸 수 있느냐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왜 써야 하는 것일까이다. 그리고 이 책은 글쓰기에 관한 접근 방법에서 후자의 관점을 잘 녹여내고 있다. 왜 써야 하는가? 글쓰기의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글을 쓰는 주체가 향후 글쓰기를 통해 삶을 어떻게 더 풍요롭고 의미 있게 할 수 있느냐에 대한 방향을 설정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실전적인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쓴다’는 행위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을 많이 배우고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글을 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방법이나 이론적인 부분이 취약하더라도 꾸준하게 일기나 메모를 하는 사람들로부터 기존의 글쟁이들보다 더 깊이 있고 빛나는 통찰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글쓰기가 본질적으로 신체적 활동이라는 특성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글쓰기에 있어 글 쓰는 ‘몸’ 만들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글쓰기의 종류는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문학의 범주에 속하는 시나 소설 평론 등이 있고, 학술적인 가치를 구현하는 논문처럼 전문적인 글쓰기, 또 가전제품 등의 사용 방법을 알려주는 설명서의 글,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독학을 위해 쓰여진 학습용 글 등이 있다. 이런 글쓰기들은 기본적인 지식과 해당 글의 양식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 책은 그것보다 한결 더 편안한, 그렇다고 쉬운 것은 아닌 ‘에세이’를 중심으로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글쓰기는 자기만의 고유한 관점을 갖는 것이며, 폭력적인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대상화하여 파악할 수밖에 없는 인간 습성의 한계에 부드러움과 관용을 덧입혀 친절한 거리두기로 타인과 세계화의 조화를 지향하게 한다. 그래서 글쓰기가 주는 가장 큰 효과 중에 하나가 자신에 대한 객관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들려주는 글쓰기에 대한 관점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글쓰기 그 자체보다 글쓰기를 둘러싼 다양한 맥락들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글을 쓰는 동기가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는 것이라거나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이나 보상을 얻는 것, 명예를 높이는 것, 관계를 확장하는 것 등 꼭 자기 안의 순수한 동기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세속적인 이유들을 매우 긍정적인 측면에서 언급하는데, 이것이 매우 설득력 있는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이, 글쓰기 역시 치열한 삶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즉 글쓰기와 욕망은 조화와 균형의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이 쓴 글조차도 공공재의 관점에서 보는 저자의 시선도 흥미롭다. 사실 우리는 자신만의 고유한 생각을 갖고 있긴 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일은 인류가 발견한 문자라는 도구에 빚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인류의 경험과 지혜가 결합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글을 쓴다는 행위는 중심에서 주변으로 확장하는 일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글쓰기는 자기를 위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의 유익에 기여하는 매우 멋진 일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편안하면서도 가볍지만은 않은 통찰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글쓰기에 대한 애정이 한결 깊어질 것이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