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인과 바다 - 최신 버전으로 새롭게 편집한 명작의 백미, 사자의 심장을 가져라!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민우영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품절
“노인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이 낡고 늙어 보였지만, 그의 두 눈만은 바다와 같은 빛이었고, 명랑한 듯했으며, 패배를 거부하는 눈빛이었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굳이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워낙 많이 알려진 작품이다. 특히 바다에서 펼쳐지는 산티아고 노인의 고투를 중심으로 한 작품 해설은 여기저기서 소개되고 인용되어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마치 읽은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이 작품의 이야기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소년과의 대화, 고기잡이 출항, 바다에서의 고투, 그리고 귀항.
많이 알려진 문학 작품은 핵심적인 메시지나 몇몇 장면들이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있어 이런 작품을 처음 읽는 독자라면 이미 알려진 것 외에 또 어떤 흥미로운 요소들이 있을까 기대하며 읽게 마련이다. 나 역시 이처럼 유명한 『노인과 바다』를 읽으며 어떤 숨겨진 보물이 있을까 찾는 기분으로 읽어나갔다.
그런데 생각만큼 큰 감동이 있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줄거리보다 상황 묘사 중심의 전개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시대와 나이를 초월하는 우정을 보여주는 소년과의 대화는 작품이 어떤 줄거리로 나아갈 듯한 낌새를 보여주지만, 출항 이후 바다 위에서 오랜 기간 물고기를 잡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절망하지 않는 노인의 느긋함, 하지만 막상 물고기가 걸렸을 때 놓치지 않기 위해 온갖 애를 다 쓰는 모습, 오랜 바다 생활에서 온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는 각종 질환들, 반면 물고기 하나, 한 별빛, 파도의 출렁임, 새를 대하는 모습, 끝없이 이어지는 혼자만의 대화 등 계속되는 상황과 상태의 서술이 기존의 노출된 해설 과잉과 엮이며 오히려 작품에 새로운 면모를 기대한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물론 그때까지 주인공을 살아오게 한, 마음속에 새겨진 자연 만물에 대한 경외와 애정, 그리고 풍성한 교감 혹은 교감의 시도들은 이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요소인 것만은 분명하다. 주어진 모든 상황에 대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의미를 부여하거나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려 한다거나, 거기에 자신의 상황을 투영하여 마음을 새롭게 하는 노인의 모습은 주인공이 나이 많은 사람이라는 설정을 망각하게 한다.
노인의 삶에서 무엇을 읽어내라는 것일까? 인생에 필요한 용기와 인내, 자존심의 의미? 삶을 둘러싼 자질구레한 것들을 초월한 마음? 수많은 해설들에서 강조하는 인간 의지의 위대함? 아니, 오히려 이 작품은 어떤 메시지를 전하기보다 산티아고로 대변되는 수많은 스쳐지나가는 인생들, 그러니까 그것의 옳고 그름을 떠나 어딘가 한눈팔지 않고 주어진 것에만 집중했던 인생들 중 한 장면을 그저 오려다 보여준 후 다시 제자리에 테이프로 붙이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다. 아니면, 어쩌면 오늘날의 기준에선 정신승리의 원형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바다를 잘 몰라서 그런 걸까?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