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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아픔 나의 슬픔 - 누구나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ㅣ 연시리즈 에세이 6
양성관 지음 / 행복우물 / 2021년 11월
평점 :
병원이라는 공간 안에서 의사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 속 사람들과 상황들의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아픔을 매개로 하는 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이 좀 더 슬프고 애달픈 느낌을 자아낸다. 아픈 아이들의 모습에서, 그 아이들에게 죄를 지은 것만 같아 고개 숙인 부모의 모습에서, 돈이 되지 않아 줄어드는 소아과 신생아 중환자실의 현실에서. 한편 우리나라에서 카피약을 팔면 그렇게 돈이 많이 남는다더라, 그래서 제약회사가 엄청나게 난립하게 된 이유란다. 이건 또 다른 느낌으로 허탈한 웃음을 자아낸다.
미국에서 총기난사가 잦고 연쇄살인범이 판을 치지만,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높다. 저자는 이것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연쇄살인범보다 위험한 인물이 바로 ‘나’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자기 스스로를 가장 위험한 요인으로 인식해야 되는 나라라니. 씁쓸한 현실 파악이다.
2부에서는 저자가 의대에서 공부했던 이야기가 나오는데, 살벌한 의대 교육 과정을 실감할 수 있을 만큼 생생하다. 만약 1학기에 F학점 하나만 나와도 그해를 날리고 다음해에 다시 시작해야 된다는 걸 처음 알았는데, 의대 들어가기도 힘든데 이렇게 진급하는 것조차 가시밭길이라니, 의사들 참 대단하다. 그렇게 6년을 배워도 또 가야 할 길이 아득하다는 건 네이버 웹툰 ‘내과 박원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책 띠지에 저자 사진이 나오는데 머리카락이 없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그런 연유로 탈모 환자에게 탈모약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주는 모습은 웃어야 할지 어째야 할지 책을 읽으면서도 난감하다. 탈모는 많은 남자들의 고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병원에까지 와서 가격 흥정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는데, 이런 경우가 흔하나? 싶은 생각도 들고, 아무튼 병원이라고 해서 천차만별의 사람 이야기 속성이 어디 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읽다가 들었던 생각은, 저자가 병원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질병,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되는 감정의 폭풍들을 어떻게 잘 받아들이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소화할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인데, 이렇게 글로 풀어냄으로써 환자는 물론이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좀 더 유연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글을 쓴다는 행위가 스스로를 위한 성찰에 겸해 더 큰 인내심과 겸손함, 포용력을 가지게 하는 비결일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 네이버 「리앤프리 책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