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 남들보다 튀는 여자들의 목을 쳐라
모나 숄레 지음, 유정애 옮김 / 마음서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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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여성은 대체로 약자의 입장이었다모든 여성이 약자는 아니었지만 매우 높은 비율로 여성은 약자의 입장에서 고통을 당해왔다페미니즘 운동은 그에 따른 반작용이다그런데사실 페미니즘은 더 넓은 관점에서 이해되고 실천되어야 한다약자의 신분은 여성이라는 입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가난한 자병약한 자성소수자 등 소위 주류라 불리는 흐름에서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벗어나 있는 모든 형태의 사람들이 다 약자로서 고통을 당하고 있다이런 차원에서 우리나라의 페미니즘이 한 단계 더 성숙해진다면 현재와 같은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논쟁과 갈등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신간 마녀는 프랑스 파리에서 유력 월간지의 전문기자로 일하고 있는 모나 숄레라는 사람이 쓴 책이다이 책은 역사상 가장 고통스럽고 비참한 입장에 있던 여성들을 조명한다그들은 마녀로 규정되어 사회의 희생양이 된 사람들이다하지만 저자의 시도는 이 마녀라는 개념에 들어 있는 이미지와 속성을 재해석하여 오늘날 페미니스트들이 가져야 할기존의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질서를 뒤엎고 새로운 가치 체계를 추구하는 모델로 재탄생시켰다는 점에서 톡특하고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확인되는 중요한 사실 중 하나그것은 마녀사냥이 중세가 아니라 르네상스 시대에 시작되었다는 점이다흔히 암흑기로 불리는 중세에 오히려 그런 무지한 비극이 벌어지기 시작했던 것처럼 느껴지지만 오히려 종교개혁이 일어나고 다른 한편에선 인간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던 빛나는 인문부흥운동이 일어나던 시기에역설적으로 여성에 대한 혐오와 편견이 극심해지기 시작했다니 매우 놀라웠다마치 유대인들을 모든 죄악의 근원인양 혐오했던 반유대주의와 같이어떤 일이 잘못되면 그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기 위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운 것이 마녀 탄생의 배경이다예를 들어 흑사병이 발발하면서 불안해진 사회 분위기를 일소하려는 방법으로 약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방법을 취한 것이다이건 마치 관동대지진 때 조선 사람들에게 그 책임을 뒤집어씌운 방식과 유사하다.

 

이 책이 소개하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주장은 근현대까지 지속된 마녀사냥의 주된 이유로 자본주의에 필요한 노동의 성별 분업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즉 자본주의의 체제 확립에 필요한 노동구조를 만들기 위해 여성의 노예화로서의 마녀사냥이 이어졌다는 것이다이런 관념이 형성되는 데 이용된 것으로 전통적인 회화 예술과 디즈니의 에니메이션에서 그려진 여성 이미지가 거론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은 바로 앞서 언급한 르네상스 이전 시대즉 중세 유럽에서는 여성들이 남성들과 비교적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는 사실이다그러니까 500년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 현재 여성에게 덧씌워진 이미지들이 고착화되었다는 것이다중세 말기에서 르네상스와 종교혁명으로 시대가 전환될 즈음에 만연했던 전염병과 문명 간 충돌에서 비롯된 사회불안정이 인간으로 하여금 가장 기본적인 상식조차 당연하게 지키지 못하게 했던 역사의 증거가 마녀라는 이미지에 내재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두고서 저자가 소개하는 페미니즘은 여성 비하와 양성 갈등의 문제결혼과 출산 문제를 넘어 여성 욕망의 해방과 새로운 성 정체성의 확립환경파괴를 중심으로 한 전지구적 피폐화 현상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운동으로까지 그 외연을 확장하는 총체적 인간 진보 운동의 성격을 보여준다이 책에 담긴 내용이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을 얼마나 더 성숙한 단계로 이끌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이 책을 읽어나가는 또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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