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 - 김누리 교수의 한국 사회 탐험기
김누리 지음 / 해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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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서 저자는 인상적인 표현을 쓴다. “악과의 싸움은 외려 쉬웠다 …… 모순과의 싸움이 어려운 것이다그것은 냉철한 지성을 요구한다” 표면에 그대로 드러나는 악과의 싸움은 수월하지만 모순과의 싸움은 냉철한 지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다모순이란 무엇인가그것은 주로 내재적 요인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다다시 말해 겉과 속이 다르다거나 언행이 불일치하여 생기는 문제오늘날의 언어로 말하자면 내로남불’. 그 문제로부터 생기는 온갖 불의와 비리자기합리화가 이 시대의 싸움에 불을 지핀다.

 

그렇다면 이런 한국 사회의 내부모순으로 발생하는 각종 문제들의 원인은 무엇인가저자의 진단은 명확하다민주주의의 불완전한 성취다저자에 따르면민주주의의 미완은 한국사회를 변질시켜 물질적으로 아무리 번영해도 빈곤한 정신으로 항상 불안에 잠식된 일상이 팽배하고타인의 아픔과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둔감이 내재화된 불안사회와 방관사회로 전락시켰음을 알 수 있다이는 곧 사회의 속성이 폭력성과 비열함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으로 악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저자는 한국 민주주의가 기형적으로 성장한 주요한 원인으로 권위주의의 폐해와 진정한 민주시민으로서의 교육 부재를 꼽는다권위주의의 특징은 권력에 굴종하는 노예근성이며굴종하는 주체는 다시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더 모욕적인 굴종을 강요하는 폭력성으로 사회를 병들게 한다온갖 분야에서 갑질 논란이 일어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교육 문제에 있어서는 독일의 예를 들며 반권위적인 교육부당한 권력에 비판할 수 있는 저항권 교육거짓 선동을 구별할 줄 아는 능력 함양 교육 등이 부재함을 지적한다오로지 경쟁과 우월의 관점에서 아이들을 민주사회의 건강한 시민으로 만들기를 거부한 한국 정치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한마디로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인 민주주주의 미완성 실태를 두 가지 대립 개념으로 풍부하게 설명한다광장 민주주의와 현장 민주주의의 비대칭적 괴리광장에선 민주주의 투사였지만 일상에서는 민주주의자로 살지 못하는 현실대통령은 비판할 수 있지만 사장은 비판할 수 없는 상황정치 민주화는 쟁취했으나 사회 민주화에서는 진전하지 못한 뼈아픔 등 한 발 더 나아가야 하는 한국 민주주의의 현실을 고발한다.

 

해법에 있어서도 두 개념을 발전적 방향으로 나열하며 알기 쉽게 설명한다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권 교체가 아니라 체제 교체임을역사적 민주주의에서 일상적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함을제도를 넘어 태도가 되어야 함을 피력한다단순한 민주사회가 아니라 참여사회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인 독일의 헌법 제1조 내용이었다. “인간 존엄은 불가침하다” 국가나 사회가 아닌 인간의 존엄에 헌법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저자는 진정한 한국사회의 변화는 국민주권의 강화로 노예 민주주의를 극복하는 데 있다고 본다이를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이 민주시민으로서의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다그리고 교육 개혁이 가장 시급함을 피력한다독일의 경우에서처럼불의한 권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맞설 수 있는 강한 자아를 길러주는 것다시 말해 부당한 것에 저항하고 비판하고 거짓을 분별할 수 있는더불어 연대와 협력을 중시하는 교육 철학과 정책으로의 개혁과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가 절망으로부터 벗어날 길은 없다고 단언하고 있는 것이다.

 

결코 수월하지 않았던 우리의 반만 년 역사엄청난 대가를 치르며 여기까지 온 대한민국이 완전한 절망을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이런 시대에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사기꾼 소리 듣기는 딱 좋지만그렇다고 해서 개자식이 설교하는 절망에 우리의 삶을 물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 삶에 회복되어야 할 핵심가치가 무엇인지 성찰하고 대안을 모색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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