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을까 - 팬데믹 한복판에서 읽는 인류 생존의 역사
스티븐 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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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그것은 우리에게 그렇게 익숙한 명칭은 아니었다사스나 신종플루메르스가 전 세계를 뒤숭숭하게 만들었을 때에도 우리나라는 비교적 피해가 덜한 편이었기에 좀 시끄럽구나 하는 정도였다하지만 전염병이 우리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직격탄을 맞듯 깨닫게 해준 것이 바로 코로나19일반적인 패턴을 무시하면서까지 빠르게 만들어진 백신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투여되었고 감염과 사망률을 감소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하지만 변종의 등장과 사람들의 안이한 태도가 다시 위기를 만들어내는 건 아닌가 걱정되는 시점이다.




 



이번에 새로 나온 우리는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을까의 저자 스티븐 존슨은 인류 역사에서 꼽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변화 혹은 업적으로 짧은 기간에 인간의 기대수명이 2배 이상 증가한 사실을 거론한다이 사실이 특히 의미가 있는 것은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 아주 작은 일부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100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기대수명을 측정할 수 있게 되면서 공동체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그리고 이것은 한 사회의 건강 상태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게 해주었다이러한 공공 차원의 건강 증진이 획기적으로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종두법으로 널리 알려진 제너의 경우를 생각해보자그는 세계 최초로 천연두를 예방하고 이겨낼 수 있는 백신에 해당하는 우두를 접종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하지만 이미 그의 시대 이전에 동양에서 천연두를 예방하거나 이겨내기 위한 인두나 우두법이 시행되고 있었고멀리 갈 것도 없이 제너가 살던 동시대에도 비슷한 방식의 방접종의 방법이 활용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그러나 제너를 비롯한 수많은 의사들이 이런 방법을 시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미 그것이 하나의 가능한 방법이라는 보편적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런 보편적 합의 혹은 방법의 공감이 형성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요인이 단 하나로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 주장 중 하나다즉 천재적인 한 사람의 의료인이 기적적으로 치료법이나 예방법을 발견하여 인류의 기대수명 연장에 획기적 발전을 이룩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이런 발전에는 의료인 뿐만 아니라 수많은 비의료인이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법이나 예방법을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설득력 있게 전달해주는 중개자 역할을 적절히 해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고그런 사실을 이 책의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치료법 뿐만 아니다위생을 위한 살균과 소독법약물에 대한 규제와 검사안전벨트의 발명화학비료에 의한 식량 생산 증가와 공급의 확대 등의료적 요인 외에 인류의 삶을 크게 개선시킨 다양한 분야의 발전들을 마찬가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설득한 수많은 중개자전달자들의 역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팬데믹 시대의 한가운데서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과 효과를 과학적 검증을 통해 유효한 방법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적절한 중개자의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즉 네트워크의 힘이다그런데 걱정스러운 것은 과거와 달리 지금은 그런 역할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이 책이 강조하는 네트워크의 힘이오히려 지나치게 확대된 이 시대에는 어떤 방식으로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 궁금증을 남기면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게 되었다.

 




* 네이버 「문화충전 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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