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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미술관
iAn 지음 / 북치는마을 / 2021년 9월
평점 :
예술 작품을 감상하거나 이해하는 데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어떤 편견도 갖지 않고 있는 그대로 느껴보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한계가 생기면 배경 정보를 통해 이해의 깊이와 폭을 더하는 방법을 취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미술 입문서들이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출간되어 있지만 역으로 선택의 폭이 너무 넓어서 생기는 어려움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 출간된 한 미술 입문서가 그런 고민을 덜어줄 수 있지 않을가 생각되었다.
이번에 새로 출간된 『허세 美술관』은 제목과 기획 의도가 가볍고 장난스러워 보이지만, 막상 읽어보면 상당히 유용하고 깊이도 느낄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회화와 조각 예술의 본격적인 발전은 기독교 문화를 근간으로 하는 중세 유럽 문화에서 일어났는데, 그 역사와 문화적인 배경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뽑아 주요 예술 작품의 이해를 맥락적으로 가능하게 설명하는 작가의 솜씨가 매우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학문적으로 답보 상태에 빠져 있던 유럽의 중세가 이슬람 문명과의 충돌을 통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는 사실은 조금 배운 바가 있었지만 예술 분야에서도 상당한 도움을 받았고 수용하며 발전했다는 사실도 새로 알 수 있었다. 종교미술에서는 기독교의 성경 이야기와 테마들이 필수적인 지식이 되는데, 여기에는 정경 뿐만 아니라 개신교에서 외경으로 취급되는 문서들도 조금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 수있다.
‘고딕’이라는 용어는 프랑스 사람들이 중세의 양식을 자기들보다 못한 것으로 폄하하기 위해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 유럽에 침투한 야만족인 ‘고트족’에서 유래한 용어라고 한다.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 단어가 그 특성을 드러내는 고유의 의미를 가지게 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는데 고딕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저자가 독자들로 하여금 좀 더 유익한 미술 작품 감상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을 제공하고 있는데, 한 챕터가 마무리될 때마다 ‘허세 팁’이나 ‘허세 프로필’이라고 하여 해시태그나 인터넷의 인물 정보 같은 형식으로 내용을 요약해주는 코너를 배치해두고 있다. 읽은 내용을 단 몇 단어로 축약하여 내용도 환기시키면서 효과적으로 기억할 수 있게 돕는 장치인데,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되었다. 또 어떤 인물이 어떤 사조나 인물의 영향을 받았거나 준 관계를 오늘날 SNS의 팔로잉, 팔로워 형식으로 표현한 것도 참신했다.
첫 인상에서 오는 예상과 달리 충실한 내용과 뛰어난 전달력으로 큰 만족감을 주는 『허세 美술관』은 서양 미술에 입문하고자 하는 지인들에게 추천해도 좋을 괜찮은 책이다. 그리고 기존의 미술 해설에 진부함이나 복잡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신선한 느낌과 새로운 관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 네이버 「리앤프리 책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