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

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 - 명화로 읽는 돈에 얽힌 욕망의 세계사
한명훈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1년 10월

돈 먹은 자가 범인이다, 설계한 자가 범인이다 하면서 한 유력 대선 후보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는데, 생각해보면 결국 설계한 자든 아니든 결국 가장 큰 돈을 먹은 자, 혹은 가장 큰 이익을 본 자가 범인일 것이다. 그것이 어떤 형태로 구현되었는지 밝혀진다면 문제는 깔끔히 해결된다. 요즘 시국을 보면서도 느끼는 거지만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 이목을 끄는 것은 결국 돈 문제다. 부가 어디로 쏠리고 있느냐는 부인할 수 없는 핵심 질문이자 흥밋거리이며 사람들의 삶을 사로잡고 있다. 좀 확대해보자. 사람들은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며 많은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지만 결국 역사를 이끌어간 힘은 부에 대한 열망이 큰 몫을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신간 『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는 그 사실을 명쾌하고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은 부를 향한 인류의 열망, 즉 돈으로 구현된 인류의 열망을 중심으로 역사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핵심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매우 간략하고, 그리고 잘 몰랐던 중요한 사실까지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을 가능하게 하고 독자로 하여금 이해하기 쉽도록 해주는데 도움이 된, 이 책에 수록된 회화 작품들은 서양 미술사가 남긴 선물이다. 그들이 당대의 문화와 사회상을 한 장면에 훌륭하게 응축해낸 업적 덕분에 방대한 역사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화폐의 발명과 무역, 금융 기술의 발달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사건들을 중심으로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중요한 기준이 되는 사건들이 몇 가지 있는데, 대항해 시대의 식민지 사업, 그리고 유대인의 활약, 비할 바는 아니지만 지금 우리도 경험하고 있는 팬데믹 쇼크 등이다. 특히 주목되었던 것은 실물의 몇 배나 되는 가상의 가치를 화폐의 형태로 만들어 사람들이 실제로 가치가 있다고 믿게 만든 과감함이다. 예를 들어 영란은행이 금본위제를 추진하면서 금을 맡긴 사람들에게 그 가치의 10배가 되는 보관증을 발급해줌으로써 사실상 오늘날의 화폐 경제 시스템을 구현한 것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허구의 경제 가치 위에 얹혀져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사실상 돈의 역사는 거품의 역사와 다름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허구 위에서 인류의 문명과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특별한 능력, 즉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실제하는 것처럼 여기는 능력이 가장 효과적으로 발현된 것이 화폐 경제와 금융 시스템의 발명이 아닌가 싶다. 결과적으로 세상이 더 위생적으로 바뀌었고, 인구는 늘어났으며, 기술이 발전하여 사람들이 편리한 삶을 영위하게 되었고, 우주에 로켓을 쏘아올리고 태양계 밖까지 인공물을 보내는 경지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한편 중세를 둘러싼 부와 권력에 대한 집착을 통해 돈이 어떻게 인류의 역사를 형성해왔는지도 이 책을 보는 또 다른 특별한 재미다. 종교개혁을 촉발시킨 ‘면죄부’ 혹은 ‘면벌부’의 실질적인 창안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을 읽으며 얻은 중요한 성과였고, 무역적자를 메우기 위한 영국의 이기심과 비열한 전략은 오늘날 강대국들이 어떤 식으로 위선과 기만을 숨기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또 하나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조선시대에 기술을 경시했던 사회풍조가 어떻게 일본과 우리나라의 운명을 뒤바꿀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인데, 너무나 큰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이 책은 많지 않은 분량임에도 매우 충실하고 핵심적이고 유용한 지식과 재미를 전달한다. 이 책을 통해 인류의 역사, 특히 경제와 관련하여 인류가 걸어온 길을 차근차근 따라가보는, 경제적 인간으로서의 스스로를 진정으로 자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보는 것은 어떨까.

네이버 「리앤프리 책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