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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멈춘 순간 진짜 음악이 시작된다 - 플라톤부터 BTS까지, 음악 이면에 담긴 철학 세계 ㅣ 서가명강 시리즈 19
오희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9월
평점 :
“음악미학”이란 용어는 얼핏 보면 “음악”이란 용어의 친숙함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바로 붙어있는 “미학”이란 용어의 낯섦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미학 하면 진중권의 미학 오딧세이 정도가 떠오르는 나로서는 이 다소의 낯섦이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서가명강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인 책의 주제가 어느 학문의 범주 안에 있느냐를 알려주는 ‘이 책을 읽기 전에 - 학문의 분류’를 통해 음악미학의 의미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책에 의하면, 음악미학은 ‘음악에 대한 철학적 성찰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음악미학은 음악철학이기도 하다.
철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행위이다. 진리 탐구에는 연구의 대상이 되는 사물이나 개념, 행위 같은 것이 있을 텐데, 이 책은 바로 “음악”에 내재한 철학적 가치를 톺아보는 것이다. 이 책은 먼저 음악과 음악적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간단한 정의를 내린 다음, 구체적으로 음악미학이 어떤 개념들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소개한다.
이 책에 의하면 먼저 미학적 관점으로 음악을 다룬 최초의 인물은 아리스토텔레스인 것으로 보인다. 둘 다 음악을 모방미학의 관점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플라톤이 음악의 가치를 윤리적이고 규범적인 측면에 한정했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인간의 감정의 분출, 즉 감정적 정화를 통해 도덕적 경지에 이를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즉 플라톤이 매우 이상적인 관점에서 음악을 논했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상과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부분을 포괄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음악에 대한 상반되는 흥미로운 두 가지 이론, 다시 말해 인간이 음악을 통해 감정을 느끼는 것에 대한 대표적인 이론들이 나오는데, 하나는 인지론이고 다른 하나는 환기론이다. 인지론은 인간이 음악에서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음악 안에 담긴 감정적 요소를 발견하고 인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환기론은 음악에 담긴 표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인간이 감정을 느끼는 것은 그 음악적 표현에서 받는 영향 때문이라는 것인데, 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인지론은 ‘표현+인식’, 환기론은 ‘표현+영향’으로 나타낼 수 있겠다.
다음으로 이 책은 음악과 시간의 관계를 다룬다. 음악은 기본적으로 시간 예술일 수밖에 없는데 음악이 표현하는 예술적 시간과 보통 사람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일상적 시간의 차이를 논하는 부분이 흥미롭다. 다양한 음악적 시간성이 존재함을 실제 사례를 예로 들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베토벤의 목적지향적이고 역동적인 음악, 슈베르트의 정적이고 순환적인 음악에 대한 설명을 통해 작곡가에 따라 개성 있는 시간성이 창출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논의는 음악의 언어성에 관한 것이다. 음악이 그 자체로 언어성을 지니고 있는지, 아니면 음악에 언어적 요소가 첨가된 것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상반되는 의견들이 흥미롭게 개진된다. 음악과 언어의 유사성, 즉 감정적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고유의 내적 논리가 있기 때문에 음악은언어라는 주장과, 언어 때문에 오히려 음악 본연의 가치가 줄어든다는 주장 등이 눈에 띈다. 여기서는 성악과 오페라, 기악음악의 대비로 언어성의 가치를 살펴본다.
피타고라스가 천체의 운행에서 음악 소리를 들었다는 다소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오늘날까지 전해내려오고 있는 것을 보면, 음악이 인류 역사에서 정신적으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오랜 기간 음악은 예술의 영역에서 주류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의 확고한 위치로 인류 역사와 문화의 한 축을 담당했다. 쇼펜하우어와 니체에 이르러 음악의 위상이 확고히 높아진 점, 그리고 사회적 가치와 리얼리즘의 영역까지 포괄하는 음악의 힘을 이 책을 통해 충실하게 탐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네이버 「리앤프리 책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