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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타트 - 나를 완성하는 힘
닐 게이먼 지음, 명선혜 옮김 / 오도스(odos) / 2021년 8월
평점 :
닐 게이먼은 현존하는 10대 포스트모던 작가 중 한 명으로 문학 전기 사전에 올라 있으며, 활동 영역이 매우 다양하다. 이미 알려진 것만 봐도 영상에서 일반 문학에 걸쳐 상당한 업적을 쌓아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작가에 대한 가장 적절한 표현을 2008년 타임스의 평론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당신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가장 유명한 작가”라는 표현이다. 이 말은 적절하다. 왜냐하면 나는 “샌드맨”이란 작품의 이름은 들어봤지만 크게 관심이 없었기에 이 작품이 얼마나 대중문화에서 큰 영향력을 끼쳤는지 실감할 수 없었고, 따라서 닐 게이먼이란 작가의 현대 문화산업에서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스타트』라는 책을 보다가 좀 알아보게 된 닐 게이먼은 한 시대를 대표할 만한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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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타트』는 저자가 한 대학에서 했던 졸업 축하 연설 내용을 바탕으로 일러스트를 추가하여 엮은 책이다. 내용이 매우 함축적이기 때문에(짧다는 뜻) 읽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지만, 오랜 시간 미국 대중문화의 한 축을 담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의 발언들이기에 받아들이는 독자에 따라 그 효과는 천차만별일 것 같다. 졸업식 당시 이 연설을 들었던 학생들은 어떤 느낌이었을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그들은 또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그는 대학 교육을 받지 않고 바로 사회로 뛰어들어 글을 업으로 삼아 살아온 사람이다. 당장 작가가 되고 싶었기에 4년의 교육 과정이 답답하게 느껴져 바로 실전으로 뛰어든 것이다. 현장에서 다져진 그의 글은 처음부터 주목받은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의 삶은 15살 때 하고 싶은 일을 목록으로 적어보았던 그 내용을 하나하나 해나가는 매우 심플한 것이었다. 어른을 위한 소설, 아동 도서, 코믹 도서, 영화 시나리오, 드라마 대본 등 경력을 보니 십대 때 바랐던 것들 그대로 하나씩 “했을” 뿐인 삶. 저자는 졸업 축하 연설에서 자신의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 알았으면 좋았을 내용과, 스스로 인식하진 못했지만 이미 그때부터 알고 있었던 내용을 정리해서 졸업생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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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먼저 누군가 뭔가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거나 무슨 일을 시작하기 전에 그것을 할 수 있을까 없을까 그 가능성을 생각하는 것부터 하지 말 것을 이야기한다. 그러한 규정은 이미 규칙을 만드는 것이며, 규칙은 뭔가를 하기도 전에 자신에게 제약과 한계를 만들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렇게 미리부터 어떤 한계를 만드는 짓을 생략한 다음 하고 싶었던 일을 주저하지 말고 생각한 대로 하라고 한다. 저자의 경우 작가가 되고 싶었고,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먼저 저널리스트가 되었다. 저널리스트로서의 삶이 궁극적으로는 글 쓰는 일을 하는 데 실력과 경제적인 면 양쪽으로 다 도움이 되었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는 과정을 등산으로 비유한다. 흔들리거나 혼란스러울 때마다 목적지를 확인하며 오르는 등산가처럼 자신의 꿈(작가가 되는 것)을 지켰다.
그는 현실적인 이유로 돈을 위해 글을 썼지만 그 과정에서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유익한 결과를 냈음을 이야기한다. 이 부분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모든 사람들이 다 닐 게이먼처럼 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닐 게이먼은 바로 이런 식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 자체가 이미 성공의 확률을 매우 낮추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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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는 ‘Make good art’인데, 말하자면 당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멋진 예술작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시작”이라는 주제보다 더 큰 범위의 주제를 다루고 있는 셈이다. 가치관이나 사고방식, 세계관에 관한 매우 함축적인 메시지가 담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저자가 사용한 단어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이 바로 “pretend"라는 동사다.
이 책은 번역문과 원문이 함께 있기 때문에 비교하면서 읽으면 좀 더 선명한 저자의 의도나 의미를 생각해보기에 유용한 편집이 되어 있다. 마음을 환기하고 싶을 때, 발상이나 관점의 전환이 필요할 때, 복잡한 생각을 단순하게 정리해보고 싶을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 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