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빌론의 역사

바빌론의 역사 - 홀연히 사라진 4천 년 역사의 위대한 문명도시를 다시 만나다 ㅣ 더숲히스토리
카렌 라드너 지음, 서경의 옮김, 유흥태 감수 / 더숲 / 2021년 8월

고대에 “비옥한 초승달 지대”는 지리와 기후 조건에서 인류의 생존 조건으로는 최상이라 할 수 있는 지역이었다. 지중해 동쪽을 중심으로 지금의 터키, 이집트, 시리아, 이라크,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아우른다. 이 위치는 천혜의 조건으로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발흥시켰다. 이 중심에 고대도시 “바빌론”이 있다. 바빌론의 역사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주로 성경에서 바벨탑 사건이나 바벨론 유수, 현대 이라크의 조상이었던 제국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그 정도에서 더 깊이 들어가는 경우는 전공자가 아니라면 드물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포괄적으로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다룰 때 언급되기는 하지만 이렇게 바빌론을 주제로 한 책이 출간된 것인 이 『바빌론의 역사』가 거의 처음이라고 한다.

바빌론의 고대 유적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지만, 오늘날 우리들이 바빌론 문명과 그 영광의 시기를 재현해볼 수 있는 것은 기록 문화 덕분이다. 특히 바빌론은 쐐기문자를 통해 그들의 흔적을 남겼고, 이것이 잘 보존되고 발견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기록을 통해 그들의 최초 흔적인 기원전 2000년경부터 기원전 7세기에서 5세기에 이르는 신바빌로니아 제국의 전성기까지의 역사를 어느 정도 살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단연 함무라비다. 학창시절 들은 그 함무라비 법전의 함무라비가 맞다. 그때까지 흩어져 있던 다수의 군소 국가들을 하나의 왕국으로 통일시켰고, 뛰어난 통치력으로 바빌론을 메소포타미아의 강국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바빌론 역사와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왕위 계승 방식이다. 보통 아들에게 이어지는 것이 보통인데, 바빌론의 경우 “마르두크”라는 대상을 숭배하는 문화를 중심으로 종교 권력이 정치적 영향력까지 쥐고 있는 형태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차기 왕권은 그 종교의 권위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하면 누구나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왕위 계승 방식의 융통성과 실용성 및 탄력성은 바빌론의 정치와 역사를 특징짓는 주요한 요인이다. 무엇보다 이 방식에서 중요한 것은 주민의 권리를 존중하는 의식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어보면 바빌론 역사의 진정한 주인공은 그 지역을 통치하고 지배했던 왕조나 특정 세력이 아니라 바로 그 자리에서 대대로 살아왔던 주민들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성경을 통해 제한적으로 알고 있던 중근동 역사의 한 축인 바빌론 문명을 살펴보면서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찬란한 유산을 조금 더 알 수 있게 되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인류의 역사에서 분명하고도 중요한 한 축을 담당했던 중동 역사가 좀 더 대중적으로 알려져서 불필요한 편견을 없애고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문화가 나타나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지금의 이슬람 문화에 대한 현명한 정책적 대응에도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네이버 「문화충전 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