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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호세 홈스 그림, 김수진 옮김, 스티그 라르손 원작, 실뱅 룅베르그 각색 / 책세상 / 2021년 8월
평점 :
소설 밀레니엄 시리즈가 처음 우리나라에 출간되었을 때 알고는 있었지만 읽지는 않았고,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도 보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상당히 많이 팔린 작품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정도 반응이 있었지만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까진 하지 못했다. 따라서 나는 밀레니엄 시리즈를 그래픽노블로 처음 접하는 것이다. 밀레니엄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무게감과 의미가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충분히 재미있는 원작을 바탕으로 각색되었다는 것만은 확인할 수 있었다.
언제부턴가 북유럽 범죄 스릴러 장르가 우리나라에 많이 번역·출판되고 있는데, 그쪽 장르만 나오는 게 아닐 텐데도 우리나라에 최근까지도 지속적으로 출간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북유럽 하면, 요즘은 그렇게 생각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복지가 잘 되어 있고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높은 것으로 인식되어 있던 시점에서 연달아 나오기 시작하던 범죄물들이 기존에 가졌던 북유럽에 대한 이미지와 너무 차이가 나서 의아했는데, 역시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한 건지, 어쩌면 더 심하다 싶을 정도로 어두운 내용이 많이 다뤄지고 있는 것 같았다.
밀레니엄 시리즈가 내 기억으로는 북유럽 범죄 소설이 우리나라에서 읽히기 된 포문을 연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이제서야 그 계열의 작품을 읽게 되었다. 아마 그쪽 장르로 일본이나 미국 쪽 작품을 많이 접해본 터라 크게 흥미가 생기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그래픽노블판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읽으면서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사회의 이면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픈 생각이 들었다. 본 작품은 10부작으로 계획되었다가 3부까지 공개되었고, 안타깝게 작품의 대성공을 보지 못한 채 고인이 된 저자 스티그 라르손은 탐사보도 전문기자로서 스웨덴의 외적인 이미지에 가려진 사회의 어두운 실상을 취재·폭로해온 이력을 작품에 관련된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알 수 있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815/pimg_7776601043065781.jpg)
저자는 독립 대안언론사를 이끌며 스웨덴의 사회문제를 들춰내어왔다고 한다. 이러한 자신의 탐사보도 활동 때문에 지속적으로 살해 협박에 시달려왔다고 하는데, 작품 속 주인공도 역시 비슷한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다. 따라서 밀레니엄 시리즈는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이 녹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작가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북유럽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어느 정도 수정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어떤 사회든지 명암이 혼재해 있을 수밖에 없음을 확인하는 경험이 썩 유쾌한 것은 아니다.
그래픽노블판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서로 접점이 없는 두 남녀 주인공이 각기 다른 배경을 통해 등장하며 이후 이 작품의 핵심 소재인 어떤 사건이 매개가 되어 함께 해결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남자주인공은 밀레니엄이라는 잡지사를 운영하며 스웨덴을 대표하는 언론인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라는 인물이다. 그는 한스에리크 벤네르스트룀이라는 재계의 거물의 공금유용혐의와 관련된 고발기사를 썼는데 오히려 소송을 통해 무고죄로 유죄를 선고받고 위기에 빠진다. 여자주인공은 어린 시절부터 폭력, 가출, 정신병원 수용 등을 겪어오면서 겉모습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해보이지만 밀톤 시큐리티라는 기관에서 최정예 요원으로 활약하는 리스베트 살란데르라는 인물이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815/pimg_7776601043065782.jpg)
재기를 노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미카엘에게 어느날 어떤 사건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의뢰가 들어오는데, 그 의뢰인은 스웨덴 굴지의 그룹은 방에르 그룹의 회장인 헨리크 방에르였다. 의뢰 내용은 특이했다. 수십 년 전에 갑자기 사라진 친딸이나 마찬가지인 조카딸 하리에트의 행적을 밝혀달라는 것이었다. 의뢰가 잘 해결되면 현재 처한 위기에서 구해주겠다는 제안을 덧붙인다. 의뢰를 받아들인 미카엘은 좀처럼 사건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데, 이때 리스베트가 합류하여 과거에 하리에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금씩 진상을 밝혀나간다. 이 과정에서 또 하나의 중심 소재, 즉 연쇄살인사건이 주인공들의 조사 행적과 평행선을 그리다가 결론부에 이르러 교차되면서 인간 존재의 밑바닥을 들여다보게 되는 놀라운 결말을 맞게 된다.
유럽 만화 특유의 그림체와 분위기는 사실적이기도 하고 약간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과장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속도감 있는 전개 및 이야기와의 적절한 조화가 작품 감상의 몰입도를 높이면서 어느새 마지막 장을 넘기게 만든다. 이 작품은 시리즈의 첫 번째 그래픽노블판이다. 이어지는 후속 이야기들이 또 어떻게 만화로 멋지게 각색될지 기대가 된다. 더불어 기회가 된다면 원작소설과 영화도 꼭 감상해보고 싶다.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