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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게임한다 고로 존재한다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21
이동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7월
평점 :
이 책에서 게임을 정의하는 표현 중 하나는 “과학적인 토대 위에 세워진 예술 작품”이다. 보통 우리는 ‘종합예술’이라고 할 때 영화나 뮤지컬 등을 떠올리고, 여기에 과학적인 요소를 더하면 건축 같은 것을 예로 들곤 한다. 이야기와 음악, 물리적 기술 등이 어우러져 대중에게 선보이는 즐거운 볼거리, 즐길거리를 종합예술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시대에 이러한 조건들을 가장 잘 충족하는 장르가 “게임”임을 알 수 있다.
게임 하면 어린 시절 몇 백 원을 들고 가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 온 오락실이 떠오른다. 스트리트파이터나 보글보글, 스노우블루스 등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게임은 문화의 중심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그런데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전으로 게임은 하나의 산업으로 발돋움할 기회를 얻었고 이것을 가장 폭발시킨 사례가 바로 ‘스타크래프트’였다. 대회가 생기고 리그가 만들어지고 협회가 만들어지고 중계 방송국까지 생겼다. 그렇게 한 시절을 풍미했던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하여 수많은 게임들이 종목화되어 게임올림픽에 해당하는 국제대회도 성황리에 열리는 시대가 되었다. 비록 우리나라에서 스타크래프트는 불미스런 사건으로 그 종국이 한층 앞당겨졌지만, 아직도 ‘리그 오브 레전드’ 등의 게임 등은 여전히 매니아와 팬들을 중심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광안리를 가득 채운 10만 관객의 함성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내가 사는 지역에 투어 경기를 왔을 때 한 번 가본 적이 있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이렇게 게임은 우리 세대의 중심 문화 중 하나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는 21세기 들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상당한 입지를 구축했다. 지금 유행하는 케이팝이나 영화 등이 그 증거다. 하지만 게임 산업이 창출하는 경제적 파급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게임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한쪽에만 치우쳐 해석한 정부 기관과 일부 전문가들 때문에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 되었을 게임 산업의 주도권은 다른 나라로 넘어가버리고 말았고, 모바일 게임 산업으로 겨우 게임 한국의 이름을 유지해갈 뿐인 상황이 되었다.
신간 『나는 게임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청소년을 위한 게임 인문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래서 게임에 대한 기본적 개념과 역사, 그리고 오늘날 과거의 신화와 미래의 가능성까지 품은 종합 예술 장르로서의 진면목을 차근차근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오늘날 게임의 가치는 최근 뜨고 있는 ‘메타버스’ 열풍에 힘입어 더욱 우리의 삶에 밀접하게 들어오게 되었다. 단순히 온라인 상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나라는 개념을 넘어 이제는 온오프라인의 정체성을 포괄하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서의 게임이라는 장르가 확립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 기술의 발전과 가상현실, 인공지능, 빅데이터의 발전은 컴퓨터의 발전을 이끌었던 게임산업을 더욱 확장시켜 우리의 삶의 의미와 가치, 목적까지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어갈 전망이다.
이제 게임은 단순한 애들 놀잇감이 아니다. 그 안에 담긴 수많은 상징과 내러티브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삶에 대한 성찰로 이끌고, 기술적 발전은 이제 교육의 영역에서 효과적인 도구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이제 우리나라도 다시 게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꾀해야 할 때다. 양날의 검이라는 표현도 있듯이, 어떻게 사용하느냐 나름이다. 새로운 시대의 과학과 예술의 총집합이라 할 수 있는 게임을 더욱 다각적으로 바라보고 활용하여 국가의 번영과 개개인의 역량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 네이버 「문화충전 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