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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어떻게 인류를 변화시켰을까? ㅣ 혁명 시리즈
칼렙 에버레트 지음, 김수진 옮김 / 동아엠앤비 / 2021년 6월
평점 :
인간이 다른 동물과 결정적인 차이를 보이게 된 시점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설명하여 우리나라에서 큰 성공을 거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보면, 인류의 인지혁명, 다시 말해 인간의 협동심과 추상 능력, 보이지 않는 것을 실재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능력 등이 지구상에서 인류의 위치를 얼마나 격상시켰는지를 알 수 있다. 이번에 출간된 칼렙 에버레트의 『숫자는 인류를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는 이러한 인지혁명에서 특히 “숫자”가 어떤 역할을 했으며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이 책은 숫자가 발명되면서 인류의 인식 형성과정과 행동의 방향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설명한다. 2장에서는 숫자와 관련한 유물의 역사를 대략적으로 살펴보면서 특히 숫자 사고의 발전에 있어 결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신체 부위를 이용한 수량화를 이뤄낸 인간 정신의 작용을 살펴본다. 3장에서는 한때 대부분의 언어학자들이 정설이라고 믿었던 세계 모든 언어의 보편성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특히 수 체계를 구성하는 방식에 따라 숫자단어 역시 다양한 체계를 보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성의 뿌리에는 손과 손가락에서 파생되는 숫자 체계 최초의 발생 패턴이라는 동일한 근원이 있음도 밝히고 있다. 4장과 5장에서는 언어의 다양성과 적응성에도 불구하고 수량을 다루는 방식, 즉 “문법적 수의 편재성”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쉽게 얘기하면 언어와 마찬가지로 숫자언어도 그러한 이중적 경향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음을 밝힌다.
6장에서는 인간 고유의 수리적 사고가 어떻게 구축되는지를 탐구한다. 이를 위해 아이들이 숫자와 수량을 이해하는 능력을 익히는 방법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살펴본다. 숫자를 익히고 수를 세면서 수량에 대한 인식을 발전시키는 아이들의 사례를 통해 인간의 수리적 사고의 정밀성을 높여주는 숫자의 역할을 조명한다. 7장에서는 이러한 수리 능력이 왜 다른 종에서는 높은 수준으로 발달하지 못한 것인지를 탐구한다. 여기서는 인간과 가까운 영장류가 아주 기본적인 수 감각은 갖고 있지만 인간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마땅한 설명은 없다. 신경생물학적 측면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8장과 9장은 이 논의의 연장선상에 있다. 인류가 숫자를 발명하고 계속되는 상호작용으로 문화라는 체계가 갖추어지면서 결국 거대 문명이 발생되었고 현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숫자 기반의 문명은 새로운 형태의 공학과 건축을 가능하게 하였고 또다시 수 체계의 혁신을 요구하는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수량”은 자연적이고 본능적으로 파악되는 사실이지만, “숫자”는 수량에 대한 인간의 인지혁명 가운데서 일어난 정신작용과 자각이라는 반응을 통해 발명되었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지금 우리의 수학 교육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숫자가 인류에게 어떤 의미와 역할을 했는지 기본적인 개념과 지식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성적을 매기고 줄세우기를 위한 수단으로써의 수학을 숫자의 첫 인상으로 경험하고 있는 우리 시대의 학생들이 너무나 불쌍하고 참혹한 상태에 있다고 생각되었다. 수 개념이 인류의 발전뿐만 아니라 개인의 차원에서 얼마나 보다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지 이해할 수만 있다면, 수학만큼 즐겁고 재미있는 것이 또 어디 있을까?
* 네이버 「문화충전 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