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자의 서재 - 더 넓고 깊은 사유를 위한 전공 외 독서
박정애 외 지음 / 담앤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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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생명과학자의 서재는 분자생물학을 중심으로 생리학약학의학 계열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독서모임을 통해 맺힌 중간 결실이라고 할 수 있겠다이들의 독서모임은 전공 외 독서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학문의 탄생 과정에서 인문학과 자연과학 등은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복잡해지면서 학문도 세분화되는 과정을 거쳤고 대표적인 갈래로서 인문과 사회자연과학 등으로 나뉘어진 것이다흔히들 이공계열이 문학적 감수성이나 글쓰기 등이 약하다고 하지만최근 출간되는 대중과학서들을 보면 그것도 아주 옛말이 된 것 같다과학적 합리성과 인문학적 감수성을 두루 갖춘 실력 있는 저자들이 많이 나온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자기가 활동하는 분야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분들이다하지만 더 넓고 깊은 안목을 가지고자 하는 공통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독서모임이 오랜 시간 유지되었다는 사실로부터 느껴지는 성실성에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며선택된 도서들의 목록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꽤 도움이 된다물론 오랜 시간 단련된 학문적 근육으로 인한 영향이 글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여느 대중과학서들이 보여주는 것 같은 부드러운 맛은 좀 덜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이 독자들로 하여금 가독성을 떨어지게 하지는 않는다.

 

이 책에서 저자들이 풀어낸 내용들을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보자면 변화새로움회복공유공동체자연삶에 대한 성찰 등을 들 수 있겠다예를 들어 건강한 뇌를 위해 낯섦을 과감하게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내용, “걷기는 몸과 마음을 함께 살릴 수 있다는 표현처럼 걷기가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 양쪽에 모두 도움이 된다는 내용고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눈높이로 돌아가야 할 필요성고독과 불안소외감의 치유를 위해서 필요한 일새롭게 낯선 것에 나를 노출시키는 것의 유익낯선 것을 받아들이기 위한 시간 확보의 중요성 등이 하나의 맥락을 이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특히 죽음을 통해 삶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것을 제시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며공감과 소통으로 사회적 선을 이루어야 한다는 주장도 기억에 남는다또한 미꾸라지의 역설이라고 해서 미꾸라지들이 개울의 바닥을 어지럽게 흐트러뜨림으로써 산소가 공급되어 오히려 생태계가 더 건강해진다는 내용과 더불어 이러한 자연의 역설을 통해 더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사회학적 질문으로까지 이어지는 전개 방식도 무척 흥미로웠고 기억에 남는다.

 

자신이 속한 분야에 안주하거나 갇히지 않고 더 유연한 사고와 삶의 태도와 관점과 지식을 배우고 실천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독서모임이 얼마나 유용한가를 이 책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꼭 특정 분야에서 업적을 쌓은 전문가가 아닌 어느 누구나 이러한 시도는 해봄직하다왜냐하면 어떤 사람이든 언제나 자신의 삶의 전장에서 새로운 무기와 전략이 필요한 순간이 찾아오기 때문이다표면적 이 내면적 이라는 지혜로 승화되기 위해 우리가 선택하고 참고할 수 있는 하나의 좋은 길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 바로 생명과학자의 서재라고 할 수 있겠다.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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