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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필터 - 위기에도 10,000%성장, 인스타그램 시작과 성공
사라 프라이어 지음, 이경남 옮김, 임정욱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6월
평점 :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보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고 싶다면 가장 먼저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주거나 혹은 그 사람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 다시 말해 특별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나온다. 이번에 출간된 『노 필터』를 읽다가 데일 카네기의 저 조언이 떠오른 것은,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각종 SNS들이 바로 그의 그런 조언을 가장 기술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극대화한 형태로 실현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인스타그램의 경우는 사용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창조성이나 독특함, 개성이 표현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던 창업자들의 신조 같은 것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이 사용자의 자기애와 결합되어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약성경의 마지막 책인 ‘요한계시록’ 18장을 보면 사람의 영혼까지 상품화되어 거래되는 세기말의 타락한 세상이 묘사되는데, 『노 필터』를 보면 SNS의 규모와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제는 노골적인 자본주의의 도구가 되어 장사에 미친 세상에 또 한 몫을 하게 된다는 것을 뚜렷하게 엿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인스타그램이 세계적으로 활성화되면서 나타난 대표적인 현상이 바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브랜드화하여 장사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비인간화의 실체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관점으로만 본다면 새로운 이익의 수단으로서 만점일지 모르나 개인의 삶이 특정인의 비전 아래 의도적으로 설계되고 전개되는 모습은 좋게 보이지 않았다. 물론 이미 자본의 피라미드 상단에서 돈을 끌어모으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또 하나의 돈을 긁어모으는 유용한 수단이 생긴 것에 해당하겠지만, 일반인들마저 스스로를 상품화의 이미지 도구로 전락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다.
이 책은 인스타그램의 성장 스토리를 다루면서도 비단 한 IT기업의 성공뿐만 아니라 그 기업이 성장한 바탕이 되는 미국 IT 산업계의 전반적인 실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의 국내 감수자도 세계 최고의 스타트업 생태계로서의 실리콘밸리를 생생하게 들여볼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SNS 업계에서 압도적인 입지를 구축한 상황에서,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도전하는 창업주 케빈 시스트롬의 이야기는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많은 청년들에게 하나의 모델로서 희망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미국과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환경의 차이를 절감하게 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두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이 있는데, 첫 번째는 성장이 최우선인 페이스북, 인수되었지만 제 갈 길을 가는 인스타그램이라는 구도 아래, 시스트롬과 저커버그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의 차이를 비교해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일으킨다. 두 번째는 페이스북이 인수한 ‘오나보’라는 회사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거기에서 의미를 추출하는 업체라고 할 수 있는데, 페이스북이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 회사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부분이 저커버그의 편집증적인 집착과 맞물려 부각된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고 추억이 될 사진을 남긴다는 행위를 습관으로 만든 인스타그램의 목표는 성공적이었지만, 결국 이러한 행위도 과도하게 될 때 어떤 부작용을 초래하는지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은 인스타그램이라는 한 소셜네트워크의 성공기를 다루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그 어떤 것도 아무리 선한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하더라도 결국 이윤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세상의 원리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씁쓸한 느낌을 남겼다. 물론, 이 감상은 이 책에 대한 칭찬이다.
네이버 「리앤프리 책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