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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 그리드 라이프 - 일상에서 벗어난 삶
포스터 헌팅턴 지음, 천세익 옮김 / 리스컴 / 2021년 5월
평점 :
'off grid'라고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전기나 가스, 수도 등의 공공설비를 사용하지 않는’, ‘전력망에 연결되지 않은’, ‘독립된, 독립형의’ 등의 의미가 나온다. grid는 격자무늬, 격자판, 기준망 등의 의미를 가진 단어로 어떤 고정되거나 짜여진 틀의 개념을 갖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모습을 잘 반영하는 단어다. 여기에 멀리 벗어난다는 의미를 가진 off를 앞에, 삶을 뜻하는 life를 뒤에 더해주니 이것은 곧 틀에 얽매이지 않는 삶, 다시 말해 ‘자급자족하는 자기주도적인 삶’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저자는 현재 우리의 삶에서 우리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몇 가지 남아 있지 않은데, 그래도 가장 중요한 주거 공간의 선택권을 아직은 행사할 수 있음을 말한다. 이미 정해진 도시 중심의 주거 문화의 삶 속에서 진정한 삶의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없음을 일찍이 간파한 저자는, 젊은 시절부터 자신의 재능과 용기를 살려 조금은 불편하지만 많은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라이프스타일을 고수해왔다.
저자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이 우리나라 같은 환경에서 하나의 선택권이 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여행채널을 보면 어느 정도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어렸을 때부터 주거 문화에 대해서는 고정관념을 주입받고 성장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오프 그리드 라이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생각의 자유로움’, 그리고 ‘직접 해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이 책이 말하는 메시지의 핵심이 ‘집’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주인이 누구인가 하는 물음과 그 답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자질구레한 삶의 문제들로부터 벗어나 우리 스스로 선택한 삶의 경로에서 만나는 ‘자질구레한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삶의 주체로 거듭나는 것’, 어떤 시스템이나 타인에게 너무 의존하는 삶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그리고 그런 자유로운 주체들간의 협력과 존중으로 이루어지는 연결된 삶, 혹은 공동체적 삶을 저자는 꿈꾸고 있는 것이다.
자율적인 삶을 살 것이냐 틀에 맞춘 삶을 살 것이냐, 무엇이 정답이라고 딱 정해진 건 아니다. 문제는 그걸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느냐 없느냐다. 우리는 주로 이미 치우쳐 있는 삶의 문화에 둘러싸여 태어나고 죽는다. 그래서 저자의 라이프스타일이 더 튀어 보이는 것이고 어떤 대안적인 삶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그러한 세상의 불균형을 다시 한 번 체험하게 된다.
이 책은 독특한 집들과 주거 형태를 보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통나무집이나 친환경주택, 동굴집, 나무집, 작은 집, 자동차 생활 등은 이전에도 제법 본 기억이 있지만, 천막집이나 배 위의 집 같은 경우는 신선한 느낌이었다. 이중 가장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환경에서 시도해볼 법한 방식은 ‘컨테이너 하우스’인 것 같다. 이미 ‘극한직업’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나라에 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주거 형태를 도시외곽에서 갖추고 있는 것을 보았다.
신간 『오프 그리드 라이프』를 통해 나와는 다른 사고방식과 주거방식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들을 만나보자. 우선 눈이 즐거울 것이고 생각이 유연해지는 것을 느낄 것이며 내 삶이 답답하게 생각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삶이 왜 특별하게 느껴지는지 돌아보자. 그리고 오롯이 내가 주도하는 나만의 삶을 내 인생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 살기가 팍팍하고 앞은 여전히 막혀 있는 것 같지만, 그런 색다른 고민과 생각 속에서 답답함을 해결하고 삶을 풍성하게 해줄 단서가 발견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