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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도둑 - 99%는 왜 1%에게 빼앗기고 빚을 지는가
그레이스 블레이클리 지음, 안세민 옮김 / 책세상 / 2021년 5월
평점 :
소비에트연방의 붕괴로 공산주의 실험은 실패했다. 지도자들의 모순,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과 욕망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였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공산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니었다. 그것은 그저 이론과 현실의 괴리에서 발생한 오류였다. 그리고 주도권은 자유주의와 자본주의로 넘어왔다. 그리고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자본주의의 불안정성과 위기 의식이다. 이것은 무엇 때문에 촉발되었는가? 공교롭게도 이것 역시 지도자들의 모순, 대중의 허영이 빚어낸 상황이다.
실상 자본주의는 인류에게 매우 유익했다. 왜냐하면 전례없는 풍요와 번영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는 그랬다. 하지만 우리는 그 과정에서 어떤 것을 상실하고 어떤 것을 망각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자본은 그 자체로 증식하고자 하는 성질이 있어서 궁극적으로 인간을 위한 경제시스템이 아니었다. 하지만 실물 경제를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가 인간의 노동 의욕을 상승시키고 전반적으로 삶의 질을 높였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자본은 인간을 삼켜 그 본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그것이 바로 금융경제로 진화한 자본주의다. 더이상 실물경제에서 빼먹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 국가와 기업은 그때까지 미미한 영향력에 머물러 있었던 금융산업을 부풀리기 시작한다. 금융경제를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의 가장 큰 특징은 실물경제를 넘어서는 가상의 자산이 거래되고 부가 증대된다는 점이다. 그럼 이 현실에는 있지도 않은 부의 원천은 어디서 오는가? 바로 미래에서 끌어오는 것이다. 증권시장에서의 선물 거래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 상품의 가격이 상승할지 하락할지를 판단해 미리 계약을 체결하여 훗날 자기 판단이 맞으면 그만큼 수익이 되는 것이고 예상이 빗나가면 손실을 입는 시간 가치를 거래하는 것이다. 이것은 처음에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발명된 것이다.
이런 선물 거래조차 미래에 예상 가능한 생산물을 염두에 두고 일어나는 것인데, 금융 경제는 말 그대로 실물 경제에서 파생된 돈의 순환 자체를 다시 보이지 않는 상품으로 만들어 거래하는 것이다. 가상의 품목이 거래되는 것이다. 이것이 또 다른 파생상품을 만드는 방식으로 거듭 부풀려져 결국 실제 존재하는 경제를 몇 배나 부풀려진 자본 시장이 존재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런 황당한 금융경제 시스템도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다수의 자본시장 참여자에게 고루 분배가 되고 순환이 된다면 그나마 재앙으로 번질 가능성이 덜할 텐데, 소수의 강력한 자본 권력이 이를 점점 독식해가는 형태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다가 금융 위기가 터져버린 것이다. 그 극단에 지금의 신자유주의적 사고방식이 팽배해 있다.
누구에게나 욕심이 있고 독점하고픈 욕망이 있다. 그건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누르고 서로 협력하는 것만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발전해온 것이 인류다. 그런데 지금 금융자본을 장악하고 있는 세력은, 금융위기가 발생해서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경제를 회복하려 하면, 경제 전반으로 돌아야 될 재정의 대부분을 고스란히 자기들 뱃속으로 삼키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도둑질도 백성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백성들 다 죽이고 나면 도대체 어디서 더 도둑질을 하려고 이런 극한의 상황을 만드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더 큰 문제는 이게 경제 문제만이 아니라 지구 환경과 인류의 전반적인 생존 위기까지 관련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작 ‘코로나 크래시’에서 자본주의 경제의 불안정성에 대한 잘못된 대응 방법으로 인한 더 큰 혼란과 위기를 초래한 원인과 책임을 신랄하게 분석하고 고발한 저자 그레이스 블레이클리는, 이번 신간 『금융 도둑』에서 더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차원에서 자본주의의 문제점과 한계, 그 대안으로서 좀 더 효과적인 형태의 사회주의 경제시스템을 제안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우리에게 진정한 해법이 될 수 있을지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