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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 - 텅 빈 마음을 어루만지는 성찰과 치유의 글쓰기
손화신 지음 / 다산초당 / 2021년 5월
평점 :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글쓰기의 의미나 가치는 궁극적으로 쓰는 사람을 어떤 억압이나 문제로부터 해방시킨다는 것, 즉 자유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는 자기 자신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을 주거나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보게 하여 문제의 성격 자체를 바꿔버리거나 축소시켜 별것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리도 한다. 저자의 경험담 중 가장 먼저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이야기는 바로 저자가 자신에게 생겨난 여러 개의 가면들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 얽매임에서 자유롭게 되는 장면이었다. 그것은 저자의 말처럼 글쓰기를 통해 얻게 된 유연함의 힘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얘기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자기 마음과는 다른 표정을 지어야 할 때가 많이 생기고, 그것이 어느 순간 여러 개의 가면이 되어 자기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게 하는 경우가 있다. 그때 사람들은 어느 순간까지는 집에 돌아오면 그 가면을 벗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데, 어느 시점을 넘어가면 그 가면이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아 괴로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다가 자신을 잃게 되기도 한다. 그 가면이 여러 개라면 문제는 한층 복잡해진다. 하지만 저자는 글쓰기를 통해 그 가면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였고 하나의 정체성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모양의 자기 자신이 있음을 인정함으로서 “나는 모든 것이 되기로 했다”는 자유를 획득한다. 정말 멋진 반전이다.
글쓰기는 또한 자기를 객관화하여 감정에 휘둘린 자기 자신에게 한결 자유로움을 줄 수 있다. 그래서 글쓰기는 해방구의 역할을 한다. 또 글쓰기는 감정의 조율을 위한 지혜이자 기술로서의 기능도 한다. 예를 들어 감정의 휘발성이라는 특성을 이용하여 행복의 감정은 간직해서 더 오래 가게 하고, 슬픔의 감정은 토해내서 옅어지게 하는 요령이 필요한데, 이때 잘 떠나보내는 방법으로서의 글쓰기를 말한다.
글쓰기는 삶의 전환점이자 결박을 풀어버리는 새날의 시작이며, 자기극복을 위한 거친 여정의 발걸음을 돕는, 자기극복을 위한 지렛대의 역할도 할 수 있다. 글쓰기는 누구도 함부로 넘볼 수 없는 나의 내면의 언덕을 쌓는 일이기도 하다. 이것은 삶의 정수만을 간직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으로 제격이기도 하며, 내 가장 안쪽의 알맹이가 더 단단해지는 과정으로, 또 나의 삶의 여정이 하루하루 조금이라도 더 정답으로 다가가게 하는 유익한 오답노트의 역할도 할 수 있다. 오답노트의 글쓰기는 작가의 말처럼 나라는 존재가 품은 미지의 땅을 개척하게 해주며, 매너리즘이라는 독에 빠지지 않게 하고 더 큰 내가 있다는 든든한 사실을 알려주기도 한다.
글쓰기는 내면의 소리를 드는 일, 그 과정의 일이자 주체의 일이다. 그것은 곧 나를 알아간다는 것. 내가 사는 방식이 곧 내가 쓰는 방식, 다시 말해 삶과 씀은 서로 닮았다는 작가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다시 한 번 강조된다. 글의 속성은 해방,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한다는 것. 이 자유에서 가능성과 창의성 등 온갖 좋은 것이 나온다.
글쓰기는 자유의 쟁취다. 하나의 모습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내 모습을 다양성을 가진 하나의 나로 받아들이게 한다. 이는 곧 나를 두러싼 외부세계,즉 세상이 다채로워지게 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를 최근 ‘멀티 페르소나’라는 트렌드의 부상과 연결시키는 지점도 흥미롭다. 쉽게 말해 요즘 유행하는 ‘부캐’ 이야기다.
이처럼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글을 쓰는 행위의 본질이 자유임을, 그리고 그 자유가 작가의 삶에서 어떤 식으로 발현되어왔는가를 성실히 밝히고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문장 하나하나가 밑줄을 긋게 만드는 매력이 있고, 종종 등장하는 유용한 정보와 지식들이 책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