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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 현대 주식시장의 핵심 메커니즘을 밝히다 ㅣ 막스 베버 선집
막스 베버 지음, 이상률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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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임금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그나마 안정적인 일자리조차 부족한 현실에서 많은 사람들이 절벽 끝에 선 심정으로 투기를 통해 큰돈을 만져보려는 욕망에 빠져들게 만들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문제는 투자를 빙자한 투기 행위에 몰려드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럴 수밖에 없는 심리이겠지만, 기본적인 공부도 하지 않은 채 가격이 오르내리는 현상만 보고 뛰어드는 모양새가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과 다를 바 없다는 데 있다.
막스 베버가 당시 상품이나 증권 시장에 대해 설명하는 이 논문들을 쓰면서, 노동운동가들을 계도하기 위해 이 글을 썼다고 밝힌 것은, 아마 그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시장과 거래에 대한 지식을 채 갖추지도 못한 채 패가망신하는 경우나 경제가 혼란에 빠지는 경우를 목격했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지금은 컴퓨터와 통신 기술의 발달로 굉장히 빠른 속도로 매매 행위가 이뤄지고 있지만 상품이나 증권시장이 막 발전하기 시작한 초기에도 원리는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초기에는 어음이나 증권, 선물, 상품 매매의 권리를 사고파는 거래를 위해 사람들이 직접 먼 거리를 이동하다가 이후 대리인을 보낸다든지, 서류를 보내는 방식으로 그 거래 방식이 변화를 일으킨다. 그 이유는 시간이 가격 변동의 주요 요인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이것이 기술의 발전과 맞물리면서 지금은 개개인이 컴퓨터 앞에서 매매하는 행위로 단축화된 것이다.
근대적인 대규모 상거래 제도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가족이라는 단위의 자급자족이라는 방식으로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자급자족은 자신이 필요한 것을 스스로 만들어 사용한다는 것, 즉 자신이 사용할 것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소비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오늘날의 경제 방식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화를 만든다. 그리고 각 개인은 다른 사람의 노동의 산물을 사용한다. 이러한 행위의 연쇄작용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오래된 공동체들이 해체되고, 서로 다른 문화-경제권 간의 교환 공동체가 탄생하고 재화가 증대되면서 상업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과정은 현대 금융경제가 어떤 배경으로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밝히는 역할을 한다.
사치품에 대한 욕구가 싹틀 때 비로소 물물교환이나 거래가 시작되었다. 이 말은 우리가 굳이 필요하지 않아도 사는 데 지장이 없었던 것들을 필요한 것으로 여기게 만들고, 거래하지 않으면 안될 것처 인식이 형성된 것과 관계가 있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거래는 시간이 흐르면서 그 관계가 보다 규칙적인 형태로 발전되었고, 떠돌이 상인 외에도 정기적인 큰 시장이 생겨났다. 이어 서로 필요한 것이 있는 국가 간의 관계를 통해 ‘국제성’이 상업자본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부족 공동체 안에서는 이자나 상거래 행위라고 할 만한 것은 없는 것과 다름없었고, 씨앗과 농구기는 무상으로 빌려주었다. 공급과 수요에 따른 재화 가격이 결정되는 것도 훗날의 일이다. 모든 것이 도시의 발생과 함께 상황이 변한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한 다양한 상품 및 유가증권의 거래 원리와 방식, 문제에 대한 대안은 매우 복잡하다. 하지만 점차 방대해지는 거래소 경제가 전체적으로 안정과 균형을 꾀하는데 필수불가결한 것임을 밝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른바 ‘좌파’라거나 ‘사회주의적 가치’를 숭상하는 사람들조차도 이미 경제활동이 공동체 단위를 벗어난 시점에서는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경제 운영 시스템 중 하나가 바로 거래소 제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핵심은 막대한 자금을 쥔 특정 자본가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 네이버 「리앤프리 책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