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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의 천재들 - 전 세계 1억 명의 마니아를 탄생시킨 스튜디오 지브리의 성공 비결
스즈키 도시오 지음, 이선희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1년 3월
평점 :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 중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정도는 봤을 거라 생각된다. 이 책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대표이사 겸 프로듀서인 스즈키 도시오가 쓴 책이다. 앞서 언급한 작품들 외에도 어린 시절, 혹은 청소년 시절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지브리의 작품들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은 또 다른 재미와 감동으로 읽혀질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스튜디오 지브리가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는지 그 비결도 담고 있다.
이 책은 첫 번째 이야기를 만나기도 전에 아련한 추억으로 우리를 이끌어간다. 그동안 지브리에서 만들어진 작품들 중 대표작이라 할 수 열여섯 작품들의 포스터들이 전시회라도 하듯 한 페이지마다 인사를 건네고 있는 것이다. 물론 모든 작품들을 다 재미있게 보거나 감동을 받은 것은 아니다. 줄거리나 캐릭터의 매력 정도에 따라 취향이 갈리기는 했다. 그렇게 추억을 떠올리다 첫 번째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관련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저자인 스즈키 도시오가 미야자키 하야오, ‘반딧불이의 묘’, ‘추억은 방울방울’ 등을 만든 다카하타 이사오를 처음 만났던 때의 이야기다. 여기서는 초반부터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된다. 미야자키 감독의 애칭이 ‘미야’라고 한다. 일본인들에게는 그 느낌이 어떨지 몰라도 내 귀에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어감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순수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하야오 감독의 이미지라면 크게 어색하진 않다.
첫 만남부터 매끄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을 인연으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연재되고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세 사람은 처음 한 팀으로 일하게 된다. 그리고 철저한 프로정신을 보여주는 두 사람에게 스즈키 도시오는 감명 받는다. 또한 이때 다카하타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음악가 히사이시 조를 발굴하게 된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천신만고 끝에 완성되고 대성공을 거두게 되지만, 이때 너무 많은 희생을 치른 미야자키 하야오는 다시는 감독을 하지 않겠노라 선언한다. 하지만 영화 한 편에 모든 것을 건 세 사람의 운명은 계속해서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를 만들게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브리 작품 중 ‘귀를 기울이면’을 가장 좋아한다. 거기에 나오는 풋풋한 청소년들의 고민과 꿈, 사랑, 환상적인 요소와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음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어우러지며 행복하게 했던 애니메이션이었다. 이 영화를 감독한 사람은 ‘콘도 요시후미’라는 분인데, 안타깝게도 이 첫 작품이 그대로 유작이 되고 말았다는 사연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 콘도 요시후미 감독이 계속 살아 있었더라면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적 외연은 더 넓고 깊어졌으리라 생각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경우 엄청난 역대급 흥행작임을 모두 알고 있다. 여기서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단연 ‘가오나시’인데, 이건 처음에 구상에 없었던 것 같다. 스토리가 급 변경되면서 부각된 캐릭터인데, 여기에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오락성과 철학성을 모두 아우르는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영화 흥행에 관해서는 마음이 불편해지는 부분이 있었다. 때마침 멀티플렉스의 보급과 함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도 엄청난 이득을 본 경우인데, 1년의 장기 흥행에서 무려 관객 2,380만 명에, 흥행 수입이 무려 308억엔이나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스크린을 독과점한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이 흥행 성적이 하나의 신화이기는 하나 그것 때문에 많은 작품들이 희생한 역사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업계에서는 이런 울지도 웃지도 못할 불상사를 다시 만들어내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하는데... ‘너의 이름은’과 ‘귀멸의 칼날’ 같은 작품의 흥행 성적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2014년에 있었던 세 사람의 대담이 실려 있다. 여기서 스즈키 도시오는 두 사람에게 상대방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무엇인지 묻는다. 다카하타는 ‘이웃집 토토로’를, 미야자키 하야오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꼽았다. 이제 다카하타 감독은 세상을 떠났고 두 사람만 남아 있다. 2022년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이 개봉될 예정이라고 한다. 코로나19가 그때쯤이면 사라져 있을까? 꼭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지브리의 신작을 마음 편하게 보러 갈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