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맞지 않는 아르테 미스터리 18
구로사와 이즈미 지음, 현숙형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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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벌레나 기타 기이한 형태의 모습으로 변해버리는 증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 이 소설의 기본 줄거리를 살펴보면,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 떠오르게 될 텐데, 일차적으로 느껴지는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사람이 벌레로 변하는 카프카의 작품이 특정한 한 가정에 배경을 두고 있다면, 인간에 맞지 않는이란 작품은 그 현상의 무대를 한 나라 전체로 확장시킨다는 점이다. 그러나 일본 전체의 국가적인 재앙을 어떻게 헤쳐나가는가, 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는 않고, 다시 한 가정을 중심으로 무대가 축소되어 사회의 가장 기본 구성 조직인 가정 내의 문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 독자의 일반적인 예상을 벗어나는 전개를 보여준다.

 

 

 

 

 

 

일본의 한 지방에서 시작된 현상, 즉 인간이 괴이한 형체로 변해버리는 증상이 온 나라에 퍼지면서 사회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이상한 형체로 변하는 인간들은 무작위적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낙오자로 취급받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그러니까 은둔형 외톨이 같은 사회부적응자, 사회적 약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물론 작품이 진행되면서 단순히 그런 조건뿐만 아니라 인간 관계나 인간 실존의 문제와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개인이 이 특이한 질병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물질적으로는 이미 너무나 풍요로워진 이 세계에서 영적, 정신적 문화는 오히려 점점 퇴보하면서 야기되는 사회적 병폐를 이형성 변이라는 상징적 사건으로 담아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했듯이 인간 사회의 중요한 구성 요소인 가정이라는 단위 안에서의 가족 간 관계, 가정 소통의 부재, 가족이라는 개념의 붕괴 등 가족을 중심으로 한 인간 관계의 근본적인 균열과 인간 존재의 고유한 가치,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성 등 심오한 철학적 주제를 작품 전반에 녹여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인간의 내적 갈등이 소설적으로 봤을 때 너무 시시콜콜하게 묘사되고 있는 것처럼도 보여 소설 중반쯤에 가면 다소 지루해지는 감도 있었다.

 

기이한 모습으로 변해버리는 증상을 이형성 변이 증후군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렇게 형체가 바뀐 인간들은 먼저 기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제한적이 된다는 특징이 있다. (‘변신의 주인공인 그레고르 잠자 역시 가족과 전혀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는 점에서 두 작품 간에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국가에 의해 인권을 박탈당하고 사망자와 같은 취급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심지어 국가는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존재인 그들이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것처럼 여기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겉모습은 변했지만 의식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인간성을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이것은 마치 온몸의 신경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지만, 의식은 또렷하게 살아 있는 식물인간을 연상케 한다.

 

 

 

 

 

 

이형성 변이 증후군으로 고통을 겪는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결성된 단체인 물방울회라는 집단이 나오는데, 벌레로 변해버린 아들의 어머니이자 이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인 미하루는 절망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만난 것처럼 이 단체와 관계자들을 만나는 것을 매우 다행스럽게 여긴다. 하지만 물방울회도 이 이상 현상을 본질적으로 직시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한계 때문에 결국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이 작품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단체로 보이는데 과연 어떤 결말을 맞게 될 지도 이 작품을 읽는 포인트 중 하나다. 사이비 종교 집단처럼 변할까? 그래서 작품 전체에 폭풍을 휘몰아치게 할까?

 

어머니 미하루는 벌레로 변해버린 아들 유이치를 보며 인생이 왜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혼란과 원망, 의문으로 내적 갈등을 겪는다. 아버지 이사오는 벌레로 변해버린 아들을 이미 국가와 같은 관점으로, 즉 사람이 아닌 쓰레기 취급을 하며 당장 내다버리라고 재촉하는 매우 냉정한 인물로 그려진다. 어머니인 미하루와 아버지인 이사오가 아들의 질병 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지도 이 작품을 보는 또 하나의 포인트다. 특히 아버지의 변화는 이 작품의 주제의식의 폭을 보여준다.

 

 

 

 

 

 

변신의 그레고르 잠자는 결국 쓸쓸하고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되고, 말 그대로 쓰레기처럼 버려지게 된다. 그러면 인간에 맞지 않는의 유이치는 과연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작품 속 이형성 변이 증후군은 특정 세대에 머물지 않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오히려 세대와 계층을 넘어 점점 더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유이치는 인간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지켜낼 수 있을까? 그리고 유이치 가족은 계속 가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 네이버 리뷰어스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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