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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뒤바꾼 가짜뉴스 - 거짓으로 대중을 현혹시킨 36가지 이야기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장하나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2월
평점 :
일반적으로 우리가 접하는 역사는 보통 승자들의 역사를 가리킨다. 그러나 ‘치즈와 구더기’ 같은 미시사를 다룬 책처럼, 또 구전이나 민담으로 전해지는 일반 민중의 역사를 통해 승자들의 역사가 미처 담아내지 못했거나 의도적으로 배제했던 역사의 빈틈을 살펴보는 학자들의 노력 또한 전혀 없는 것이 아니었기에, 지금은 정설처럼 굳어진 많은 이야기들이 상당수 그 전모가 밝혀지거나 의미가 뒤집혀진 사례도 더러 있다.
「세계사를 뒤바꾼 가짜뉴스」도 이런 주류 역사의 흐름에서 우리가 의심하지 않았거나 그렇게 알고 넘어간 사실들에서 놓쳤거나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을 짚어내어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저자인 미야자키 마사카츠 씨는 대학 문학부 사학과를 졸업하고 교사, 강사, 교수 등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하다가 지금은 역사서 저술에 힘쓰고 있는데,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 등이 잘 알려져 있고, 최근 ‘처음 읽는 술의 세계사’ 등이 번역되어 나온 것을 읽어본 적이 있다. 저자의 저서 목록을 보면 주로 경제, 상업의 맥락에서 세계사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저자는 ‘가짜뉴스는 전통적인 수법’이었다고 하면서, 역사적으로 독재자들은 자신의 통치를 정당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조작하고 대중을 선동하는 방식을 취해왔다고 말한다. 지금 시대의 ‘가짜뉴스’는 근현대 이후에 나타난 변형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변형은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일어난 교묘하고 연명하고 있던 것이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민주주의를 형식적으로 변모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짜뉴스가 연명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이자 속성은, ‘조작된 정보 유포’와 ‘조작된 정보를 바로잡는 행위’ 간의 비용 비대칭성이다. 가짜뉴스를 퍼뜨리기는 쉽지만, 수습하는 것은 그 몇 배의 노력과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세상은 비교적 단순했던 과거보다 더욱 복잡한 루트로 확산되며 혼란스러워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역사적 사례에서 볼 수 있는 정보 조작의 목적은 주로 권력과 경제적 이득의 확보와 유지, 사수에 있다. 예를 들어 중국 고대 은나라에서 주나라로 왕조가 넘어갈 때 유명한 일화인 ‘주지육림’ 이야기는 역성혁명, 즉 ‘천제는 인민이 거부하는 포학한 군주를 추방하고 덕 있는 자로 천하를 통치하게 한다’는 혁명 사상이 성립하게 하기 위한 꾸며낸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또 ‘팍스 로마나‘라는 표현은 18세기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이 만들어낸 용어로, 실제로 네르바에서 아우렐리우스에 이르는 일명 로마의 ‘오현제 시대’는 군사 정복 시대 이후 실직한 군인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속주를 수탈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기에, 특수 계층에게만 해당되는 용어였던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역사 공부를 하거나 역사적 이야기나 기록을 대할 때, 표면에 드러난 사실과 이면에 감춰진 진실에 대해 특정 주체들이 어떤 의도와 수법으로 가감해 왔는지를 살펴보고자 하는, 이른바 유용한 사고와 관찰의 도구 하나를 갖게 될 것이다. ‘선동’은 자기들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골라내 가공한 다음 대중들을 현혹시키는 기술이라고 한다. 당대의 뜨거운 이슈든, 지나간 시절의 이야기든 우리는 영향력을 지닌 주체가 어떤 말을 할 때 그 의도를 예리하게, 또 냉철하게 짚어내는 시민으로서의 역량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민주사회를 조금이라도 덜 혼란하게 하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 일본 사람이 써서 그런지, 일본의 침략 역사를 자연스럽게 정당화하는 뉘앙스에, 부정적인 이미지는 희석하려는 의도가 느껴져 기분이 유쾌하진 않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