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의 탄생 - 냉장고의 역사를 통해 살펴보는
헬렌 피빗 지음, 서종기 옮김 / 푸른숲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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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냉각 기술과 냉장고의 발명과 발전의 역사 및 그에 따른 사회문화적 변화상을 살펴본 책이다. 저온 유통 기술에 관해 서술한 부분을 보면서 초저온 상태로 운송과 보관이 필수라고 하는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에 대한 이야기를 뉴스에서 전하는 것이 떠올랐다.

 

고대부터 자연 상태에서 채취된 얼음을 이용한 식품과 음료는 예전부터 특별한 취급을 받아왔다고 한다. 하지만 고대 로마나 중국을 포함한 고대 문명에서의 제한적인 문화로 볼 수 있고, 일반적으로 예전부터 대다수의 사회에서는 그 지역에서 난 먹거리가 바로 소비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얼음을 이용한 냉장 혹은 냉동 보관의 필요는 비교적 최근의 일로 확인된다.

 

 

 

 

 

 

14세기에서 길게 보면 19세기 초까지 지구에 소빙하기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자연 상태에서 채취한 얼음이 상품으로서 상당한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후 기후가 온난화되면서 그때까지 얼음이나 아이스박스를 통해 냉장·냉동 보관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있어 새로운 형태의 냉장·냉동 보관의 형태가 필요했던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얼음이 부족한 곳과 얼음이 있어야 자국의 상품을 수출할 수 있는 곳의 필요가 맞아떨어져 냉장고 개발은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결국 그 과정에서 열과 온도, 기체의 움직임을 다룬 기초과학의 이해도가 높아지고 열을 운반하는 매개체로서 냉매 가스가 개발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의 냉장고가 주로 채택하고 있는 냉기가 계속 순환하는 방법이 고안된다.

 

인위적인 냉기를 만들어내는 과학적 이론과 기술적 기반은 이미 17세기부터 현상적으로 존재했지만 과학과 기술이 본격적으로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19세기까지는 지속적인 냉각 장치가 개발되지 못했다고 한다. 이는 그때까지 과학과 기술이 서로를 별개의 영역으로 인식했던 역사가 주요 요인이었다. 또 종교적인 이유로, 예를 들어 얼음을 만드는 기술이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라서 거부감을 일으켰고, 이 때문에 개발된 냉각 장치가 더 발전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호의적인 인식을 얻게 된 것이 불과 20년 후의 일이라고 하니, 역사에서 어떤 발명품이 제 역할과 의미, 가치를 부여받게 되는 데는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느낄 수 있었다.

 

냉장고가 집안에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에서 난방 기술의 발전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도 이채로웠다. 실내 평균 온도가 18도까지 올라가는 시점에, 그때까지 집안의 지하식품저장고나 아이스박스로 충분했던 저온 보관이 불가능하게 되어 결국 냉장고가 집안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게 된 과정은 냉장고가 우리의 주거 문화가 어떤 변화를 겪게 되었는지 살펴보는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초기에는 주로 음식의 더 좋은 맛과 풍미, 또 식품의 보관과 유통에 관련하여 냉각 기술이 다뤄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일상적인 삶의 영역, 양조 작업, 플라스틱 생산, 의약품의 개발, 우주선과 댐 검설 현장, 대규모 과학 실험 등에서 필요한 열을 식히는 작업에 중요한 핵심 기술이 되었다. 특히 양자컴퓨터 같은 최첨단 기기의 발열 현상을 제어하는 데 있어서는 우주에서 가장 온도가 낮은 차원을 실현시키고 있으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냉각 기술의 발전이 지구의 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이제는 이 분야에서도 기존의 기술적 표준을 극복하는 고도의 친환경 기술이 도입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하니, 인류의 편리하고 건강한 생활 수준이 유지되면서 환경도 보존하는 냉각 기술의 시대가 빨리 앞당겨지길 기대해본다.






* 네이버 리뷰어스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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