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사회의 종말 - 인권의 눈으로 기후위기와 팬데믹을 읽다
조효제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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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는 역사상 최악의 인간 몰살이 일어나고, 생태계의 여섯 번째 대멸종이 개시된 시대이므로 그것의 잔혹성, 멸절성, 반생명성을 상기하는 차원에서 학살세라고 부를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p.28

 

산업혁명 이후로 인류는 엄청난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루어내었다. 그러나 이것은 윤리적인 차원에서의 발전과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끔찍한 결과로 이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그대로 끝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계속 그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인류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이나 국가를 상대로 착취를 하고 있고, 생물종다양성을 파괴하는 살육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리고 기술에 대한 맹신은 포장지만 바꾼 채 자본주의와 결합하여 계속 환경을 파괴하고 점점 가시화되는 기후위기를 일시적인 현상인 것처럼 그 심각성을 외면하고 있다.

 

- 서구가 비서구권의 자연환경을 대규모로 파괴하고 약탈함으로써 인간계와 자연계를 통합접 관점에서 이해해온 비서구권의 생태적 지속가능성이 회볼 불능 상태에 빠졌다 …… 천연자원은 원래 그것이 지니던 복합적 재생능력과 생태적 상호 의존성의 특징을 철저히 부정당하고, 오로지 서구 산업화에 필요한 경제적 범주로서의 가치만 인정받았다. p.96

 

지구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이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 받는 것임을 깨닫지 못한 시대에 벌어진 대규모의 자연 파괴와 물질만능주의는 쉽사리 치료될 수 없는 불치병처럼 보인다. 그것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과학적 연구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도, 또 팬데믹이라는 시대의 재앙 앞에서조차 기존에 해오던 것을 되도록이면 바꾸고 싶어하지 않는 주류 정치권력의 안일함 때문에 인류는 점점 위기로 치닫고 있다.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생태적 가치, 생명중심의 환경윤리가 기준이 되는 사고방식의 일대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기후위기는 모두에게 영향을 주고 모든 사람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여유 있는 계층이라 해도 기후위기의 부정적 효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기후위기는 보편적인 문제다. p.175

 

최근 심해지는 미세먼지와 점점 강력해지는 태풍, 길어지는 열대야 등, 지금 세대에서부터 엄청난 기상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날씨의 급격한 변화, 이상기후는 우리의 삶에 당장 큰 영향을 끼친다. 경제적인 타격은 물론이고 사회적 갈등의 측면이나 심리적으로도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지금 형편이 좋은 사람들이야 당분간은 피할 여력이 되겠지만 그 임계점을 돌파할 경우에는 대규모 혼란을 피할 수 없다.

 

- 지금까지 기후에 관한 정책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충분히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당사자들-노동자와 지역사회-의 피해는 물론이고, 예상하지 못한 정치적 결과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회적 응집력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정치적, 사회적 후유증이 여기에서도 비슷하게 드러난다.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저탄소·탈탄소 경제로의 이행을 늦출 수는 없다. p.252

 

뒤늦게 대응하는 만큼 부담은 점점 커질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정도가 아니라 외양간 지을 터마저 다 무너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당장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을 위한 정책에 들어가는 비용 때문에 차일피일 미룬다면, 걷잡을 수 없이 퍼진 암세포처럼 손도 대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가치관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산업과 직업군을 육성하여 사람들의 삶에 건강과 경제적으로 윤택한 삶이 보장되도록 실질적인 논의와 정책 실현이 이루어져야 한다.

 

 

 

 

 

 

- 실존적 리스크가 이번 세기 내로 인류가 더 없어질 수 있는 위험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정상적인 삶의 양식이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 ‘발전의 잠재성이 사라진 상황, 심각한 문제들이 일시에 터져 나와 사회질서가 흔들리는 상황도 실존적 리스크라 할 수 있다. p.302

 

기후변화라는 점진적 위기가 실존적인 문제로 체감되는 가운데 터진 팬데믹은,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흔들어놓았다. 다소 여유가 있는 계층은 재택근무나 자기계발로 그 시간을 메꿀 수 있는 기회가 되었지만, 삶의 존재 이유나 근거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계층이 더욱 늘어나고 있음도 엄연한 현실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사회상이 전염병과 함께 번지고 있다.

 

탄소를 적극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요구는 단순히 파괴되는 지구의 환경을 되돌려야 한다는 양심적인 문제를 넘어 그 환경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인간과 모든 생물군의 생존을 위한 외침이다. 기후위기가 광범위한 생태살인이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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