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센스 노벨
스티븐 리콕 지음, 허선영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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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날개에 있는 작가소개에서는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학의 정교수로 일하면서 풍자·유머작가로 나와 있지만, 구체적으로 스티븐 리콕은 맥길대학에서 30년간 경제학을 강의한 인물이다. 그래서 책 속에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의 맥락에서 큰 줄기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경제적 상황에 대한 인간의 심리, 돈을 둘러싼 인간의 내면적 모순과 충동이다.

 

 

 

 

 

 

첫 번째 이야기인 여기, 해초에 묻히다에서는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 선원들을 하나씩 죽이는 계획을 실행하던 선장과 이를 알아챈 선원이 합작하여 일을 벌여나가지만, 결국 욕망만을 향하던 인간의 비극적인 최후를 약간의 유머를 치면서 그려내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인 넝마를 걸친 영웅은 이 작품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일자리를 찾기 위해 비정한 도시인 뉴욕에 왔지만 결국 아무 일도 구하지 못하고 전전하던 차에, 부정한 일과 범죄를 저지르면서 오히려 유명 인사가 되어 재력가로서, 또 유력 정치인으로 물망에 오른다는, 아이러니와 자극적인 것에 중독되어 있는 도시 문명의 씁쓸함을 풍자적 문법으로 탁월하게 그려내고 있다.

 

세 번째 이야기인 어느 순진한 여인의 슬픔은 그 의도를 좀 알기가 어려웠는데, 주어진 부유한 환경이 싫다 싫다 하면서도 결국 그런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여인을 그려내고 있다. 여기서 순진하다 못해 멍청한 듯한 느낌까지 드는 캐릭터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순진한 여인의 어리석음인가? 그런 여인을 상대로 한 사기꾼을 부각시키려는 것이었을까? 네 번째 이야기인 무너진 장벽에서는 모든 것이 갖추어진 상태에서 맺어진 부부가 권태로운 삶을 이어가다 우연히 만나게 된 조난 과정에서의 해프닝을 다루고 있는데, 파탄 결혼생활 끝 무렵에 있는 처지라 해도 끝까지 이성을 지키며 불륜을 저지르지 않으려는 남자 주인공의 고군분투가 재미나게 그려진다.

 

 

 

 

 

 

다섯 번째 이야기인 하일랜드 아가씨 해나와 오처라처티 호수의 지주에서는 오랜 세월 대대로 이어지는 두 집안 세력 간의 뿌리 깊은 원한과 저주의 덧없음을 스코틀랜드적 정서와 함께 전하고 있으며, 여섯 번째 이야기인 누가 범인일까?’는 이 작품집에서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다소 밋밋한 추리물 같은 느낌을 주고 있어 특별한 감상이랄 것은 없다. 그 이유는 아마 이 작품의 1900년대 초반 정도에 나온 것이라서 그렇다고 생각다. 일곱 번째 이야기 캐롤라인과 불사조 아기의 크리스마스는 빚으로 농장을 저당 잡힌 부부가 하필 크리스마스에 압류당할 처지에서 기적적으로 구원받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돈이면 만사형통이라는 시대적 자화상을 풍자한 것 같았다.

 

여덟 번째이자 이 작품집의 마지막 작품인 석면 옷을 입은 사나이는 시대에 만연한 온갖 사회 문제를 뒤로 하고 미래로의 잠에 빠져 2~300년 후에 깨어나려는 계획을 실행한 한 남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눈을 뜬 그가 본 미래 사회는 그가 예상한 대로였을까? 아니면? 그러나 그 결과가 어찌되었든 간에 주인공은 다시 자기의 시대로 돌아오고 싶어 하는데

 

 

 

 

 

 

이 작품집의 제목에 있는 용어인 난센스’, 즉 넌센스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말, 혹은 화자의 의도와 다르게 파악되는 언어 사용, 의미의 교란이 발생됨 등을 뜻한다. 결국 이 비틀린 이야기들은 다시 현실로 돌아와 그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독자들에게 읽는 동안 조금이라도 휴식을 주고 다시 치열한 현실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서적 환기를 제공하기 위한 작가의 배려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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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리뷰어스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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