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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 (하드커버 리커버 에디션) - 신호를 차단하고 깊이 몰입하라
정주영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으면서 통계분석 분야의 세계적 스타인 네이트 실버의 「신호와 소음」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세상의 무수한 소음들 속에서 의미 있는 신호를 분별하여 해석하는 그의 능력은 메이저리그나 미국 선거 영역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었고 이에 힘입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통계분석가가 되었다. 「하버드 상위 1%의 비밀」은 비록 국내에 출간된 책이기는 하지만 먼저 언급한 책만큼 가치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조금 아쉬웠다. ‘신호와 소음’처럼 좀 더 멋진 제목을 지을 수는 없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의 전반적인 평가는 ‘우물을 파도 한 우물만 파라’라는 속담의 현대적이고 새로운 교육학적 재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분야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야 할 이유를 알려주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목적 중 하나다. 책의 내용은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드는 외부의 부정적인 신호들로부터 벗어나 내면에서 들려오는 자기만의 진정한 존재 의미와 가치를 찾게 하는 신호를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부의 부정적인 신호라 함은 사회적 편견, 평가, 선입견 같은 것들인데, 이런 사회적 고정관념에 의해 뭔가 제대로 해보기도 전에 가능성이나 미래가치가 규정되어버리는 폐해를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세상의 시선은 실상 자기 자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이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저자는 ‘신호를 차단’하라는 처방을 내린다.
나에게 아무 유익이 없는 외부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오롯이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라는 것이다. 내면의 빛에 시선을 돌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생각할 때 가장 본질적인 것, 소중히 생각하는 것,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글자도 제대로 못 읽었지만 결국 고생물학의 역사를 새로 쓴 존 호너, 재능 없음을 비웃음 당했지만 결국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을 그려낸 폴 세잔, 음악 역사상 신이라고까지 찬사받았던 지휘자 카라얀, 일반적인 노동자의 삶을 살았지만 영국 산업혁명의 결정적 역할을 한 조지 스티븐슨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성공 방정식, 성공 그래프의 일반적 범주에서 벗어나 있는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특별한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부정적 신호들을 과감히 차단하고 자기가 중요하게 여긴 것에 온전히 몰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것은 일반인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음을 책은 갖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인물들은 소음을 차단하고, 의심의 신호를 차단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차단하고, 결국 사라질 것들에 동요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결국 모든 부정적인 신호들의 차단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보통 우리는 성공을 얘기할 때 노력의 양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재능과 기회, 환경을 얘기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에 앞서 우리가 살펴봐야 할 것은 본질에 대한 것이다. 자기 삶의 의미, 하고 싶은 일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의미 있게 경험’하는 것이다. 가장 소중한 것,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자기만의 답이 없으면, 외부의 흔들기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만다. 사회적 편견, 학력으로 줄세우기, 외모로 판단하기 등의 수많은 소음들에 스스로 부정적인 신호들로 받아들여 무너지는 것이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나에 대한 외부의 신호들, 평가들에 대한 재평가를 먼저 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그것들이 나와 아무 상관이 없음을 깨닫는 것. 내 안에 있는 가능성들을 아무런 시도 없이 죽이지 않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위대한 업적,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재능이 있다. 다만 그것을 드러내지 못하도록 일찌감치 세상이 압박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요나 콤플렉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스스로의 가치와 가능성을 부인하는 것을 뜻하는 용어다. 신이 이미 중요한 임무를 부여할 만큼 가치 있는 사람으로 선택했음에도 스스로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폄하하여 많은 기회를 놓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한 줄기 빛을 비춰 준다. 이 책이 인생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해준 느낌이다. 나만이 그런 느낌을 가진 것이 아니다. 이미 수많은 독자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