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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사람의 조건 휴탈리티
박정열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우리에게 필요한 ‘인문학적 소양’이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말인지 함께 고민해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에서 저자인 유발 하라리는 인류가 지금까지 발전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상상력과 협동력을 논한 바 있다. 이것들은 인간 고유의 능력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떠올리고 의미를 부여하며, ‘가치 기준’이나 ‘목표’라는 불분명한 개념을 실제로 도달하거나 성취해야 할 구체성을 띈 어떤 대상으로 여길 수 있는 독특한 능력.
인류는 자연, 즉 세상과의 상호작용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설정하고 목표와 방향성이라는 보이지 않는 실체를 만들어냄으로써, 그리고 그런 성과 혹은 업적들이 축적되고 지식화되고 나아가 해석을 하는 단계로 발전되면서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그리고 이 과정이 전체적으로 반복되면서 발전은 가속성까지 품게 되었다.
이런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 다듬어지고 세련되어지면서 인간성의 중요한 한 가지 특성으로 자리잡아왔다. 그런데 지금 이 시대에 이것은 소수의 깨어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로 변질되어 있는 것 같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소수가 만들어놓은 게임판 위에서 움직이는 말들과 다름이 없어졌다. 누군가의 플랫폼 위에서 자유를 누린다고 착각하고, 자기만의 즐거움과 행복을 추구한다고 잘못 알고 있게 만드는 힘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것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표현이 ‘인재(human resource)’라는 단어다. 이 책 「AI시대 사람의 조건 휴탈리티」에서 저자는 ‘휴탈리티’라는 개념을 말한다. 이것은 인간을 자원이나 재료, 객관화시키는 인재가 아니라 인간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능력, 발견하고 깨워내야 할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으로서의 ‘인재(human + talent)'를 의미한다.
지금 이 시대가 컴퓨터 공학, 알고리즘, 슈퍼 기계, 빅데이터 같은 기술적인 것들에 의해 인간이 소외되고 소수만 이 열매를 누리며, 대다수의 수동적인 입장의 인류에게는 장차 암울한 인간 사회의 전망을 갖게 하고 있지만, 이런 문제적 상황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고민하고 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내용 구성이다.
저자는 앞서 말했듯이 인류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던, 의미를 만들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주어진 상황을 주체적으로 해석하는 이 능력을 회복하는 것에서 답을 구한다. 우리가 이미 경험했던 바로 그 놀라운 능력, 이제는 감춰지고 어쩌면 억압되어 특정 계층의 인물들에게만 향유되었던, 그 능력을 깨워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만의 신념, 오리지널리티, 기능적인 면뿐만 아니라 우리 안에 잠재된 해석 능력을 일깨우는 것, 이것을 통해 우리는 ‘인재성(휴탈리티)’을 획득하고 또 이것을 바탕으로 어떤 격변의 시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죽음의 수용소에서」란 책과 ‘의미에의 의지’, ‘의미치료’로 잘 알려진 빅터 프랭클 박사를 통해 인간은 의미를 먹고 사는 존재이기도 하다는 것을 배운 바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차원에서, 지금처럼 새로운 가치관과 경제관, 사회상으로 격변하는 시기에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중심, 기준은 바로 이 상황을 해석하고 의미를 만들고 가치 체계를 변화시킬수 있는 힘이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