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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 이기는 법
퀸투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음, 필립 프리먼 그림, 이혜경 옮김, 매일경제 정치부 해제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2월
평점 :
「선거에서 이기는 법」 은 우리에게 로마 공화정 시대의 유력한 정치인이자, 철학자, 저술가로 유명한 그 키케로(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가 기원전 64년 행정부의 최고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집정관 선거에 출마했을 때 ,그의 동생(퀸투스 툴리우스 키케로)이 형에게 보낸 선거전략문서라고 할 수 있는 ‘선거 운동에 관한 편지 형식의 짧은 소책자’를 미국의 고전학 교수가 영어로 번역한 것을 다시 매일경제신문사에서 해제를 달아 우리나라에 번역, 출간한 책이다.
퀸투스 키케로의 선거 전략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면 범죄 빼고는 다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지자들의 마음을 얻는 부분과 경쟁자들의 약점을 기회가 되는 대로 이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친절과 관대함, 지속적인 관심과 감사의 표현,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오늘날의 인플루언서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을 만드는 것의 중요성, 특정 계층뿐만 아니라 모든 집단을 아우르는 포괄적 선거 운동의 방법 등을 선거에 나갈 형에게 피력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을 읽다보면 소위 빈약한 시민주권의식을 조롱하는 이 시대의 ‘개돼지 이론’이 떠오르는 부분도 있다. 대중들의 냄비 근성이나 이면적인 것을 보지 못하는 우매함, 장기적인 안목보다 당장의 이익을 보장하는 듣기 좋은 말에 현혹되는 대중심리를 이용하는 전략 등을 보면 씁쓸해지는 느낌도 든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민주주의 정치제도 아래에서 구성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본다.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의식적으로 정치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하는 문화가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된다. 특정 정치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정책이나 비전의 실현 가능성과 사후 평가까지 토론 등으로 검증하는, 유권자들이 주도하는 시민정치의 문화가 자리잡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공화정을 채택한 모든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 문화의 주인공은 정치인이 아니라 우리 각자가 되어야 함을 이 책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해제 부분에서 로마 공화정의 의미와 역사 등을 간단하게 공부할 수 있는 부분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