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숨겨진 얼굴 - 러시아의 미국 대통령 선거 조작부터 은밀한 섹스 토이까지
라이나 스탐볼리스카 지음, 허린 옮김 / 동아엠앤비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인터넷이 만들어진 초기에는 가치중립적이거나 사람들에게 공평한 기회의 장처럼 여겨진 시절이 있었다.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서 그 순기능이 각광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인터넷 역시 사람이 만든 도구이기에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아도, 적어도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터넷은 상품이다.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 대가를 지불하고 사용하는 상품인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자본의 논리가 빠질 수 없다. 자본의 논리는 또한 권력의 논리와 연동된다. 국가 권력, 글로벌 기업의 자본력이 결국 시민들의 삶을 지배하고 좌지우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인터넷을 하다 보면 가장자리에 내가 검색했거나 관심 있어하던 정보와 관련된 상품을 광고하는 창이 뜨기 시작했다.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해 개발된 인터넷 광고 기술이겠지만 인터넷을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심히 불쾌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내 사생활이 부분적으로라도 감시당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현재의 보안 체계의 실태를 보면, 이런 식으로 나의 온라인에서의 흔적이 활용된다는 것은 범죄자가 마음만 먹으면 한 사람, 한 단체, 한 국가의 운명이 어찌될 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이미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중요한 수많은 전환점에서 인터넷은 그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아랍의 봄이나, 정치인 스캔들, 가짜 뉴스로 인한 사회 혼란, 연예인들의 자살 등 인터넷은 역사상 가장 무서운 양날의 검이 되었다. 이 책은 우리의 일상이 된 인터넷의 기술적 의미와 가상공간이면서 현실적인 공간인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는 활동과 그 안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분류,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독자, 즉 인터넷 사용자로 하여금 인터넷을 움직이는 주류 세력들에 대한 비판적 도구와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인터넷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출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사실 인터넷은 현실 공간과 가상 공간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그 차이가 엄청나게 다른 상황적 의미를 가지기도 하지만) 주체로서의 인간이 객체로서의 대상을 다루는 태도에 따라 그 관계가 축복이 되느냐 재앙이 되느냐에 있어 크게 다르지 않다. 광활한 자연 공간에서 살던 인간이 생존과 안전을 위해 무리를 이루고 울타리를 치고, 사회시스템을 만들고, 국가를 만들고 자본주의라는 경제시스템에 의존하게 되었을 때, 언제나 시작은 설렘과 희망으로 가득 찼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주도권을 쥔 쪽과 주도를 당하는 쪽으로 나뉘면서 문제가 심화되었듯이, 인터넷이라는 공간 혹은 도구도 비슷한 경로와 과정을 거치고 있다.


다만 이전과 다른 것 혹은 다행인 점은 모든 정보와 기술이 좀 더 대중화되어 있고, 이것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여건과 기회가 많이 열려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그 분별력을 키워줄 좋은 선생의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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