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마 루돌프 - 소아마비 소녀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여성이 되기까지 미래그림책 67
캐슬린 크럴 지음, 김재영 옮김, 데이비드 디아스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요즘 인물 그림책이 참 잘 나온다. ‘인물’이라는 타이틀을 걸지는 않았지만, 윌마 루돌프라는 여성 육상선수의 삶을 그렸으니 이 책 또한 인물 그림책이라고 할 만하다.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서, 최초로 악보를 만든 이탈리아인 다레초가 매우 인상적이었고, 이 책 또한 깊은 인상을 주었다. 사실 처음 접하는 인물들이었으니, 아이와 함께 어른도 읽어볼만한 책임에 틀림없다.

  윌마 루돌프는 소아마비를 앓던 소녀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육상선수가 되었다는 점에서 놀라운 삶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점 외에도 놀라운 점은 그녀의 형제자매가 무려 21명이었다는 점. 아이는 그 점에 대해 무척 놀라는 눈치다.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두었던 윌마의 가족은 흑인이었다. 1940년에 태어난 윌마의 어린 시절을 통해 당시 미국사회에 팽배한 흑인 차별을 함께 엿볼 수 있었다. 마을에서 흑인을 치료하는 의사가 단 한 명 뿐이었고, 버스에서 흑인이 앉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은 맨 뒷자리였다고.

  강철로 된 보조기를 하고 학교에 다니던 윌마. 그녀는 어느 날 교회에서 보조기를 벗어 던지고 혼자 힘으로 걸을 수 있게 된다. 사실 이 대목에서 약간 의아한 느낌이 들면서도, 미국적인 상황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신앙의 힘으로 걷게 되었다는 것을 암시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걸을 뿐 아니라 농구 선수가 되고 마침내 육상의 달리기 선수로서 기적을 만들어낸 그녀, ‘클락스빌에서 가장 약했던 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여성이 되었다’는 결말은 감동적이다. 장하다, 윌마 루돌프! 그리고 그녀의 강한 의지와 피나는 노력!

 

  이 책의 그림은 독특한 느낌을 준다. 강한 느낌의 선을 사용하면서, 사실적 묘사보다는 인상적 묘사를 위주로 하는 것 같다. 흑인인 윌마 루돌프의 모습과 삶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그림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윌마의 생애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에서는 글 없이 그림만 나오는 것이 더욱 깊은 인상을 준다. 단, 보조기를 벗고 펄펄 날게 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잘 알 수 없는 것은 아쉬운 점. 단순히 신앙의 힘이라고만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장애와 편견을 딛고 훌륭한 성취를 해낸 그녀, 윌마 루돌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 또는 좀더 편안한 상황의 어린이들에게 의지와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우는 책이 될 것이다. 게다가 흔치 않은 ‘여성’ 인물이 아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탓이 큰. 딸들에게 역할 모델이 될만한 여성 인물을 우리나라에서도 좀더 많이 발굴할 수 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