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제목을 보고 영화 ‘졸업’을 떠올렸다. 그리고 졸업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학교의 이미지, 거기에다가 학교의 졸업식 장면을 떠올리니 철없는 젊은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학교 담장 밖 세상에 대한 의욕은 넘치지만 아직 뭐가 뭔지 정신이 하나도 없는. 그래서 풋풋한.  

 

  이 책은 내가 가지고 있던 졸업의 이미지와는 다른 졸업을 보여주었다. 진정한 ‘졸업’이랄까. 이 책에 실린 네 편의 단편소설에서 주인공들은 모두 마흔 살의 남자. 아마도 저자의 나이와 동일한 설정인 듯 하다. 나이 마흔이 되어도 여태 졸업하지 못한 것들이 있다. 그리고 그 사연들은 모두 타인의 죽음을 매개로 하여, 그와 함께 졸업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의 이미지는 풋풋함보다는 성숙함이다. 진짜 어른이 되는. 그렇지만 이 졸업 또한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내가 가지고 있던 졸업의 이미지와 통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졸업하는 것’은 ‘버리고 떠나는 것’, ‘도망쳐 버리는 것’과 다르다고 한다(84쪽). 오랫동안 나를 괴롭혀온 문제는, 버려두거나 도망치는 것으로 결코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것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은 바로 나에게 있는 것. 그 시기를 정하는 것도, 그 방법을 깨닫는 것도 나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오랫동안 닫혀있던 문을 조심스럽게 여는 이 책의 주인공들을 지켜보며 나를 되새겨본다. 누구에게나 졸업의 과제가 있다. 나에게 그것은 무엇일까. 몰입하여 읽었고, 권하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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