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십대를 위한 눈높이 문학 4
엘리자베스 쵤러 지음, 유혜자 옮김 / 대교출판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안톤. 이 책을 읽는 내내 조바심이 났고, 속이 상했고, 화가 났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왜 이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는 없었나. 그 당시를 살던 사람들의 이성은 잠시 마비되었던 것일까. 아무도 그 비극을 멈추게 할 수 없었나. 논리가 아니라 그저 인간으로서 누구나 느끼는 감정으로 생각해보아도, 그것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

  책을 읽다보니 어렴풋하게 기억이 난다. 나치에 의하여 탄압받은 사람들이 유대인만이 아니라는 것을. 게르만의 순수한 혈통을 지키기 위해 장애인과 병약자를 은밀히 제거했다는. 그런데 소설로 그런 사연을 만난 것은 처음이었고, 그 주인공이 어린아이라는 점은 너무도 충격적이면서 생생하게 다가왔다. 안톤 또래의 자녀를 둔 부모의 심정으로 눈물을 흘리면서 이 책을 읽어 내려가게 되었다.

  안톤은 어렸을 적 사고로 인하여 말과 글씨가 조금 느린 아이였을 뿐 수학 계산에 무척 빠르고 순수한 어린아이였다. 부모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한 아들이며 형과 누나에게는 귀엽고 착한 동생. 그러나 안톤에게 붙여진 딱지는 ‘장애인’으로서 ‘자격 미달자’였다. 이들을 부양하기에는 국가적으로 돈이 너무 많이 들고, 순수한 혈통의 2세를 보기 위해서는 이 사회에서 제거되어야 할 사람.

  따뜻한 가족의 울타리를 떠나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에 가게 된 순간부터 안톤은 힘든 경험을 시작하게 된다. 거기에다 미치광이들이 득세했던 오랜 광기의 시간들. 안톤을 치료해주던 마음씨 좋은 유태인 의사의 가족은 하루아침에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고, 이웃의 다운증후군을 앓던 소년의 가족에게는 사망통지서가 도착한다. 결국 몸을 숨겨야만 했던 안톤. 그 해결책은 안톤의 가짜 사망통지서였다. 법적으로 ‘죽은 사람’이 되어야만 비로소 생명을 노리는 추격이 멈추었던 것.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 때문에 자주 가슴이 아팠고 자주 분노했다. 잘못된 생각을 주입하였던 인종학 수업 장면의 아이들, 나치에 의해서 모금을 하기 위해 거리의 앵벌이와 깡패로 내몰려진 아이들, 아버지의 전사 소식 앞에 그 어떤 승전보도 반갑지 않았던 아이들... 그것을 주도했던 어른들은 진정 부끄러운 줄 아는가. 결국 승자도 패자도 없었던 전쟁. 남은 것은 상처와 인간에 대한 회의였을 뿐이다.

  최근 우연하게도 2차 세계대전에 관한 어린이 소설과 청소년 소설을 연달아 읽게 되었다.  가장 놀라움을 주었던 책이 독일의 동맹국이었던 이탈리아 소년이 전쟁터에 부역병으로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는 [로베르토]이다. 그리고 인상적인 책으로 이 책 [안톤]을 추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쟁을 벌인 독일인이면서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목숨을 위협받는 비참한 상황에 놓였던 경우를 그렸다.

  안톤. 이성을 파괴하는 전쟁 앞에서 땅에 떨어진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책이다. 이것은 표면적으로는 전쟁을 찾아보기 어려운 오늘날의 상황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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