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홍련전 한겨레 옛이야기 26
김윤주 그림, 김회경 글 / 한겨레아이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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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꽃 같은 장화와 붉은 연꽃 같은 홍련. 얼굴도 이름도 아리따운 두 소녀가 무서운 납량 공포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은 어떤 사연인가. 어린이용으로 나온 이 책 덕분에, 모두가 다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정작 자세히는 알고 있지 못한 두 소녀의 사연 속을 빠져 들어갈 수 있었다. 과연 ‘전설의 고향’에 필적하는 이야기였다.        

  때는 세종 임금이 다스릴 때, 장소는 평안도 바닷가 마을인 철산이라는 곳, 좌수 노릇을 하던 배무용이라는 사람이 장화와 홍련의 아버지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이름은 배장화, 배홍련이었던가. 때와 장소, 아버지가 구체적으로 묘사되니 정말 실제로 있었던 일 같다는 느낌이 온다. 

  책의 내용은 친모가 죽고 계모가 들어와 구박을 받는 콩쥐, 신데렐라의 이야기와 비슷하다. 그러나 장화홍련전은 훨씬 공포스러운 결말을 보여준다. 시집도 가기 전에 임신을 했다는 누명을 쓰고 물에 빠져 죽을 것을 강요받는 장화, 언니의 뒤를 따르는 홍련. 그리고 나쁜 일을 하자마자 호랑이에게 두 귀와 한 팔을 잘린 장화의 이복동생 장쇠.... 장화와 홍련의 억울한 죽음은 이윽고 이들의 원한을 풀어줄 유일한 인물인 고을 원님에게까지 미친다. 

  책을 읽으면서 어디선가 쌩쌩 한기가 드는 느낌도 들었으니, 역시 여름철 공포 영화의 소재가 될 만 하다. 텍스트는 입말로 씌어져 옛이야기를 듣는 듯 귀에 착착 감겼고, 피눈물을 쏟는 그림은 이야기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단 아이들도 함께 볼만한 그림인가,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하긴 이보다 더한 공포 책, 일명 빨간 책도 요즘 많이 본다는데...  


  이 책에서는 파국의 책임을 못된 계모에게만 지우지 않는 것이 인상적이다. 원혼이 되어 나타난 장화와 홍련에게 “계모를 대하는 닫힌 마음”을 책망하는 원님의 말에서 알 수 있다.  종래에는 장화와 홍련을 가련하게 보는 시각 일색이었다면, 이제는 양쪽의 처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이 시대에 맞는 해석인가 보다. 그런데 원전에도 과연 그런 취지의 대사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작품 해설에서 직접적으로 밝히는 것으로도 충분할 듯한데.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엄청나게 흥미진진하고 또한 엄청나게 오싹하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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